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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기름도 오래 ‘열’ 받으면 발암 물질 된다

입력
2016.02.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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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 암 유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내게 하는 기름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지극하다. 요리를 위해 하루 한 번 이상 기름을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이 59.9%(오픈서베이 조사)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을 정도다. 웰빙 바람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인 동물성 지방보다 건강에 좋다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 지방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옥수수 기름과 해바라기씨유,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지방도 잘못 쓰면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장수를 부르는 ‘지중해식 다이어트’에 빠지지 않는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도 튀김용으로 잘못 썼다간 발암물질로 변한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기름이라도 요리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되므로 기름을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식물성 지방, 오래 가열하면 독성 물질로 변해

지방은 그 자체로 칼로리가 높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무게 당 4㎉의 에너지를 내지만 지방은 9㎉를 발생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2배 더 축적돼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또 많이 섭취하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대사증후군과 심근경색, 뇌경색, 치매, 지방간 등의 위험을 높이고 발암물질도 만든다. 보통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은 200도 가까운 온도에서 조리하는데, 이때 아크릴아마이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아미노산 일종인 아스파라긴과 포도당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감자튀김이나 팝콘 등 전분 함량이 높은 식품일수록 아크릴아마이드가 많이 생긴다.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다.

벤조피렌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추정 물질이면서 발암 가능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조피렌을 ‘인체 발암 물질’로, 우리나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인체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벤조피렌에 단기간 다량으로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되고 빈혈을 일으킬 수 있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장기간 노출되면 암도 발병한다. 특히 참깨나 들깨를 가열하는 시간이 오래 되거나 온도가 높을수록 벤조피렌이 잘 생긴다. 그래서 지방 섭취를 하루 섭취 칼로리의 15~20%로 제한하고 있다.

‘건강한’ 지방이라는 식물성 지방은 상온에서는 불포화지방산이지만 열을 장시간 가하면 독성 물질인 트랜스지방으로 변한다. WHO는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을 2.2g을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라면 등 패스트푸드와 빵ㆍ과자에 많이 쓰이는 경화유인 마가린과 쇼트닝이 더 문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중 판매 12개 컵라면의 분말 스프와 일부 액상 스프에서 벤조피렌이 식용유지의 벤조피렌 기준인 2.0㎍/㎏보다 적지만 소량(1.02~0.52㎍/㎏) 검출되기도 했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산화된 기름을 자꾸 섭취하면 뇌혈관이 막혀 신경전달능력이 떨어지고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옥수수 기름과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틴 그루트벨드 영국 드몽포르대 생화학과 교수는 “옥수수 기름이나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알데히드’라는 발암 물질을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루트벨드 교수는 반면 “올리브유나 코코넛 오일 등으로 조리했을 때에는 유해물질 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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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 등 오메가3 많은 기름 써야”

식용유를 고를 때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둘 다 불포화지방이지만 오메가6 비율이 너무 높으면 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메가3는 강력한 항염증ㆍ항노화 작용을 해 비율이 높으면 좋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옥수수기름 등은 오메가3가 거의 없고 오메가6가 대부분이다. 대두유와 카놀라유는 그나마 오메가3가 10% 정도 함유돼 있다. 오메가3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름은 들기름(60% 정도)이다. 올리브유, 땅콩유, 아보카도유 등은 오메가3와 오메가6 둘 다 적은 반면 다른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오메가9 지방산(올레인산)이 풍부하다. 김영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시판 식용유의 대부분이 오메가6의 비율이 크게 높은 편”이라며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은 1대 1이며 이상적”이라고 했다.

좀 더 건강한 기름을 먹고 싶으면 재래식으로 짠 참기름과 들기름이 좋다. 재래식으로 짠 기름에는 항산화 영양소인 비타민E가 풍부하다. 다만 참깨나 들깨를 볶아 압축해 만드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볶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들기름의 유통기한이 아주 짧아 개봉 후 2~3개월 이내 모두 소비해야 한다. 기름은 산소를 만나 산패(酸敗)되면서 몸에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 질 수 있으므로 보관도 중요하다. 기름통은 잘 밀봉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고온과 고열은 산패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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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길 때 발연점 높은 포도씨유ㆍ카놀라유 사용을”

다양한 기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건강하게 기름을 섭취하는 요령이다. 튀김 요리를 하려면 발연점(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이 높은 식용유를 써야 한다. 튀김할 때 기름 온도가 보통 180~220도이므로 적어도 발연점이 200도가 넘는 식용유를 골라야 발암 물질 생성을 막을 수 있다. 이수정 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발연점이 높은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발연점 220도 이상)는 튀길 때 사용하거나 고기전, 생선전을 부칠 때 많이 쓰고,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들기름, 참기름(발연점 170~200도)은 무침용이나 가벼운 조리용으로 쓰면 된다”고 했다. 다만 올리브유 가운데 퓨어올리브유는 튀김용으로 써도 괜찮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요리할 때 유해물질 줄이는 방법>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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