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통제로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정체
서울시가 교각 지지 케이블인 텐던 20개 중 1개가 파손된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를 22일 0시부터 긴급 통제한 원인은 허용치 이상 파손 시 교량 붕괴로 이어지는 PC강선을 주요 부재로 쓴 PSC(Prestressed Concrete Bridgeㆍ고가도로를 떠받치는 콘크리트를 텐던으로 지지하는 방식)교량의 특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안전자문단, 한국시설안전공단 등과 함께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강변북로 서호교와 두모교도 점검하기로 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22일 정릉천고가 통제 관련 안전대책 추진상황을 브리핑하며 “17일 해빙기 안전 점검 중 15개 PC강선으로 구성된 1개 텐던이 끊어진 것을 확인해 정릉고가교를 긴급 점검한 결과 다른 2개 텐던에서도 일부 절단된 PC강선이 발견됐고 전반적인 부식도 진행되고 있어 긴급 보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부식 원인에 대해서는 “PC강선 내에 꽉 채워져 있어야 할 시멘트 충진재(그라우팅) 밀도가 부족해 공극이 생겼을 경우 PC강선이 모인 박스 위 에어벤트(공기 구멍)를 통해 빗물이 유입돼 부식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PSC교량은 강선 부식으로 인한 텐던 파손 사례가 종종 보고돼 안전 점검 방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 함께 참석한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는 “유럽을 중심으로 PC강선 부식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정릉천고가 개통 당시만 해도 PSC교량은 진일보한 공법으로 평가 받았다. 따라서 PSC교량 유지 관리 경험이 오래지 않은 국내 실정상 이번 정릉천고가의 첫 PSC교량 파손 사례를 계기로 PSC교량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날 서울시와 더불어 국토교통부 역시 정릉천고가와 유사 공법으로 건설된 전국 교량 403개에 대해 긴급 점검을 실시할 뜻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이번 정릉천고가 통제와 관련해서는 그 동안의 안전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져 온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하상우 대신이엔지 대표는 “외국에서는 타격음으로 공극을 점검하는 안전 점검 방식이나 진동 민감도 측정법 등이 연구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육안 확인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고없는 정릉천고가 통제로 이날 출퇴근길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교통 통제에 항의하기도 했으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편 시는 이날 정릉천고가 좌측 장력을 측정하고 우측 텐던 덮개를 제거한 후 강선 손상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차량 통행 재개를 위한 임시 교각도 설계를 마쳐 곧 착공할 계획이다. 시는 교통을 통제하고 임시 교각을 설치하는 데 걸릴 1개월을 포함해 전체 교량 보수에 총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시는 교통 개선책으로 길음IC부터 사근IC까지 주요 교차로 8곳의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것을 추진한다. 8곳은 종암사거리, 월곡역 입구, 고려대역, 홍파초교, 경동시장, 동대문구청, 신답역, 마장2교다. 시는 또 내부순환로 통제구간 주변 진출램프 접속부의 차로 운영 체계를 검토하고 현장에 현수막 등 안내판을 25개 추가로 설치하는 것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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