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기원전 1세기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화폐로 쓰였다. 로마 군인에 지급된 급료도 소금이었다. 오늘날 급여 생활자(샐러리맨ㆍsalaried man)의 어원도 바로 이 소금(salt)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월급이 짠 이유가 소금의 본성 때문이란 농담도 여기서 나왔다.
조개껍질, 소금, 금 등을 거쳐 최근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의 등장까지, 화폐의 역사는 유구하지만 화폐의 쓰임은 인류의 역사에 큰 상처를 내기도 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돈은 가장 좋은 하인이며 가장 나쁜 주인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이철환 단국대 교수는 최근 돈의 출발과 순환 과정을 담은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돈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출간했다. 저자는 “돈은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벌고 쓰는 방법에 따라 돈을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먼저 좋은 돈은 벌거나 지출하는 과정이 정당하고 자신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돈이다. 나쁜 돈은 돈을 벌거나 지출하는 과정에 부정이나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되거나, 자신과 사회에 악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돈으로, 검은 뒷거래를 통해 생성ㆍ유통되는 돈이다. 이상한 돈은 돈을 모은 방식이나 지출 과정, 결과가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돈을 뜻한다. 소위 ‘눈먼 돈’과 ‘공돈’이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국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로 ▦치열한 경쟁 ▦빈부 격차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높아만 가는 청년 실업률 ▦노후불안 등을 제시하며 탐욕에 의한 ‘투기’가 아니라 자산 관리 차원의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기는 주변 사람의 근로의욕을 떨어트리고 물가와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등 국민경제에 암적인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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