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을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 했다. 그는 동물에겐 인간과 같은 감정이나 영혼이 없으며 사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반려동물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 말은 지난 세기의 수많은 ‘야만’ 중 하나일 뿐이다. 동물학자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사람만이 사는 별이 아니다. 자연은 사람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사람은 자연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궁리)가 9권으로 완역 출간됐다. 시튼이 남긴 책 중 동물에 관한 이야기들만 골라 묶은 선집이다. 4권 ‘탈락 산의 제왕’과 7권 ‘옐로스톤 공원의 동물 친구들’은 국내 초역이다. 김현숙 편집자는 “동물 이야기는 아동용으로 많이 나와 연대순으로 묶기 보다 캐릭터 중심으로 편집된 적이 많다”며 “이번 선집에선 가능한 출간 연대를 따르고 그림이나 본문의 꾸밈새도 초판 발행 당시의 구성을 그대로 살려 성인과 아동이 함께 볼 수 있게 엮었다”고 말했다.
동물학자인 시튼은 젊은 시절부터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교류하며 동물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30대인 1893년 미국 뉴멕시코 지역으로 사냥 나간 경험을 담아 ‘커럼포의 왕, 로보’를 발표한 이래 동물 이야기를 담은 책 40여권, 잡지 칼럼 1,000여편, 동물 그림 6,000여장 등 왕성한 저작을 내놨다. 시튼 이야기 속 동물들은 인간들이 칭송하는 미덕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커럼포의 왕 로보는 존엄성과 영원한 사랑을, 은점박이 까마귀는 슬기로움을,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나의 개 빙고는 성실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모성애를 상징한다. 동물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 겸손하게 기록한 글들은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 마크 트웨인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책에 삽입된 그림은 어릴 때부터 미술에 두각을 드러낸 시튼이 직접 그린 것이다. 출판사 측은 “100년 넘게 사랑 받은 동물문학의 고전”이라며 “동물과 공존하는 감수성을 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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