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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자리를 만드는 법

입력
2016.02.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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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캠퍼스에는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다. 대략 절반 남짓의 졸업생은 일자리를 얻어 새 출발하지만 나머지는 실업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실업률은 걱정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의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고용 사정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업률로 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10%를 넘고, 스페인과 그리스는 20%를 웃돈다. 청년 실업률은 더욱 심각해 이탈리아가 44%, 스페인이 50% 수준이다.

유럽 경제의 중추 독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에서 고용문제가 정치경제의 핵심 쟁점이다. 급기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실업률을 낮추지 못하면 내년에 대선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인류 공통의 골칫거리인 고용문제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논리적 추론과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고용 유지와 확대의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국가가 직접 고용 창출에 개입하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전형적 사례이며, 재정을 투입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일도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경우 법인세, 사회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토지나 건물 등 국가가 소유한 자산을 시장가격 이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도 주요한 수단이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임금 조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실험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는 1930년대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미국 기업들이 활용했던 방법이며,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근로시간계좌제’ 또한 이러한 전략의 주요한 수단이다.

세 번째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으로 경제의 확대재생산이 지속되면 그 후행 효과로 기업의 노동력 수요가 늘게 되고 결국 고용이 증가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낮은 실업률 이면에 이러한 경기회복 효과가 내재한다. 하지만 선진 각국의 지배적 저성장 경향,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無고용 성장’ 그리고 급격한 경기변동의 시장조건 변화 등을 고려하면 경제 성장의 고용효과는 그 실현과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관행과 제도를 개혁해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유인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내 수요와 공급간 마찰을 줄이고, 임금 체계와 고용 조정의 제도적 경직성을 완화해 고용 여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한 방법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경제위기를 경험한 유럽 국가들이 2012년 이후 주력해 온 해법이며, 지난해 우리가 시도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상의 전략 가운데 처음 두 가지는 정치적 방법이며, 뒤의 두 가지는 시장형 해법이다. 정치적 방법은 효과가 직접적이며 결과가 빠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나 장기지속이 어렵고, 보다 구조적 수단인 시장형 해법은 고용창출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시장형 해법 특히 ‘제도 개혁’의 고용 효과가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무엇보다 제도 개혁과 고용 창출이 교환될 수 있는 안전핀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연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에 대응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장했으며, 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모색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주요한 교훈이다. 좌파 정부가 유연화 개혁을 모색하고 노동조합이 반개혁의 적극적 행동을 조직하지 않았던 이면에 이러한 교환의 정치가 내재한다.

고용과 노동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혼란스러우며 예측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고용창출과 배분의 역사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노사정이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일자리는 더 이상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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