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봉사활동은 오히려 상처만 줄 수 있어요’
윤준수(50) 대구 본영어린이집 원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봉사활동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매년 연말이면 쪽방촌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동남아 외진 곳 우물파기까지 어린이집이 관련된 봉사에는 항상 그가 선두로 있다.
“누군가 웃으며 ‘나중에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아마 봉사활동을 열정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 보여주기 식으로 대충 했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그가 생각하는 봉사는 횟수나 시간의 누적은 따지지 않는다. ‘도움이 절실한 곳에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다’는 그는 봉사활동은 한번 간 곳은 반드시 재방문한다. 2년 전 한 쪽방촌을 방문한 후 겪었던 일 때문이었다. 대구 서구의 한 쪽방촌에서 회원들과 연탄을 나르던 중이었다.
한 주민이 화를 내며 “왜 길을 막고 있느냐”면서 회원에게 시비를 걸었다. 가만 놔둬서는 일이 점점 커지겠다 싶어 따로 막걸리를 대접했다. 몇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봉사단체가 오면 물건을 쌓아놓고 사진만 찍고 사라져 가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는 사진을 찍고 그냥 가버려 연탄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런 봉사자들이 왔다가면 이웃끼리 더 관계가 틀어진다”
는 말을 들었다. 윤 회장은 총회 때 이 사실을 회원들에게 알렸다. 회원들도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그해 겨울 회원들이 더 많이 참석해 직접 연탄을 배달해주고 집집이 방문해 말벗도 되어줬다. 처음에는 냉담하게 대하던 이들도 나중에는 마음을 열고 커피도 직접 타주기도 했다.
“봉사활동도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했다가 오히려 독이 되거나 안 하느니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 후 방문한 곳은 다시 방문해 부족한 것을 살피며 보게 됐죠.”
그는 전국법인어린이연합회 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매년 해외 외진 곳에 우물을 파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첫 우물파기를 마치고 비용만 대는 것에 그쳤다는 회원들의 지적에 따라 다음 해는 지원물품을 따로 가져와 주민들에게 직접 나누어주었다. 우물파기사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회원들의 봉사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매년 봉사활동을 하고 난 후 현지와 연락해 부족한 것을 파악한다. 어린이집을 짓거나 우물을 팔 때도 사전 방문을 통해 현지의 상황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단순히 비용만 대 준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사전에 방문해 현장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현지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단체로 방문했을 때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015년에는 현지 선교사와 현지인들의 요청으로 캄보디아 오지마을에 어린이집을 지었다. 향 후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유아교육을 전파할 계획이다. 하반기 어린이집연합회에서 봉사활동 예정 중인 계획표를 보여주며 “올해도 어린이집협회는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그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협회일까지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지만 어린이집 운영진들 사이에 이웃사랑이 진정한 교육자로서 마땅히 챙겨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고 밝혔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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