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월 22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사리사욕 채우려 DJ정신 언급 불쾌하다” 제하의 故김대중 전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 기사에 대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이후 정부는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빠르게 변하는 대북 관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정세 속에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며 강경 분위기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외교안보는 종교가 아닌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나의 믿음을 남에게까지 무조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 야당을 포함한 민주평화 개혁 세력의 주장은 일본 중국 미국 어느 다른 나라의 이익 아닌 대한민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보고 ‘종북이다’ ‘사상이 의심스럽다’ 하지만 사실은 냉전 시대의 이념에 얽매여 억지 주장을 하는 쪽은 보수 세력이고, 우리 쪽은 냉정한 실용주의자, 합리주의자입니다. 평화적 해결책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이 정권이 대표적 안보무능 정권이라는 것 보여주는 것이 이 정권 들어 로켓이나 핵의 개발이 다른 때보다 더 가속화 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드를 무조건 반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드가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왜 필요한지, 예산은 누가 부담하는지, 입지는 어디에 할 것인지, 어떤 부분에 얼마나 효과 있는지 당당히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찬성하는 의원조차도 자기 지역에는 (배치를) 하지 말라고 하는 우스운 모양 됐습니다.
예전엔 안보 문제에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 하던 보수세력이 이제는 자기들이 핵 무장론을 꺼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바라본 심경은 어떻습니까. 정부ㆍ새누리당은 햇볕정책의 잘못된 결과라거나 대북 퍼주기 프레임을 걸고 있기도 합니다.
“개성공단 폐쇄는 일단 법적으로 따져도 남북 교류 협력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입니다. 사실 입만 열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한반도 긴장고조를 부추기는 행동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구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입니다. 또 개성공단은 사실 남북교류 역사상 가장 큰 성과고 우리 같은 분단 상황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미국 포함 어느 나라도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서는 시비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통일대박’을 부르짖던 분이 갑자기 전쟁 불사라는 식으로 입장을 바꿔버리면 어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웃음거리 되는 것 아닙니까. 또 얼마 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으로 간 돈이 북한의 무기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 있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회에 나와서 증거는 대지 못하면서 증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말 대통령 주변에 상식 있는 관료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런 언사는 쓰면 안 된다고 말려야 하는데 그런 사람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정부 허락 맡고 간 돈이 북한의 무기개발에 사용됐다면 반 국가단체를 지원한 국가보안법 위반 아닙니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는 나와 다른 얘기, 생각을 하면 애국심이 없다, 반역자다. 또 여권 내부에서 그런 말을 하면 배신자다, 그러는데 그것은 독재자나 전제 군주가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 분이 지난 한 해 동안 제 기억에는 한 번도 민주국가의 지도자다운 겸허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10여년 전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참 나쁜 대통령이다’ 이러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그 분이 독재를 했다고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독재’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무슨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원수의 의무인데, 그 분을 보면 1970년대 냉전시대의 가치관이 그대로 굳어있어 그 사고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는 참모들도 이렇게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만한 분들도 직언은커녕 상식적 차원의 조언도 못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북풍(北風)’을 위해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든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제가 7년 정도 중국과 교류해오면서 거기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중국과 북한 간의 얘기도 들어왔습니다. 거기서는 지금 이 상황을 ‘100% 선거용’으로 보고 있다. 물론 사드를 가지고 자기네들을 위협하는 것은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비용, 입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배치는 힘들고 선거 때까지만 써먹다가 끝나면 또 유야무야 시켰다가 다시 대선 때 쓸 선거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한ㆍ중 관계에 있어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이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 한중 관계가 좋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것은 박근혜 정권이 외교를 잘 해서가 아닙니다. 중국 측에서 이명박 정권 때 한ㆍ중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다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잘 지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중국 측에서 먼저 공을 들였습니다. 그것을 순진하게 중국이 북측과는 거리를 멀게 하고 한국 측으로 기울었다 생각했다면 외교안보 기본도 모르는 착각입니다.
앞으로는 중국과 관계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이제 한국의 정부ㆍ여당, 집권층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얘기를 자꾸 하는데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제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익 때문에 쉽게 북을 제재해서 붕괴까지 가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만난 중국의 한 학자는 한국 보수층에서 북한 붕괴론을 주장하는 것을 듣고 굉장히 비웃었습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관리를 못하는 한국 정부가 2,500만 국민이 있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만약 북한이 진짜 붕괴 한다고 해도 그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난민 문제를 비롯해 지금 북이 가진 그 많은 무기들이 과연 누구의 손에 떨어질 것인지. 옛 소련 붕괴 때를 봐도 군인들 월급 안 나오니 무기 팔아 넘기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북한 붕괴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대안도 대책도 없이 북한의 붕괴를 바란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중국 전문가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나서 그들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큰 선물을 안겨줘야 핵 포기의 명분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북한에서는 핵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나 종교인 것처럼 선전해 하루 아침에 눈에 보이는 대가 없이 없앤다고 하면 군부는 물론 일반 주민들도 반발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핵만 있으면 강성대국 된다고 해서 배고프고 추운 것 참았는데. 종교 지도자가 신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황 사태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야당의 주요 인사들이 기존 야권과는 결이 다른 대북관계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켜가는 두 가지의 핵심 가치가 ‘경제민주화’와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정책’ 입니다. 이 두 가지는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방법론은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근본 정신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김종인 대표도 자신의 못다 이룬 경제민주화 꿈 마저 이루기 위해 더민주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재벌 위주의 경제체제를 바꾸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아버지 집권 시기에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 체제를 겪었고 의회에서 과반수를 갖지 못해 어려운 점이 많이 있던 것 사실이고 그 분이 원래 갖고 계셨던 대중경제론, 경제철학을 다 펼치지 못하신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또 더민주가 양극화 해결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 하면서도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서 제대로 지지를 못 받는 점은 참 반성을 많이 해야 합니다.
또 당을 대표할 입장에 있지 않은 외부 출신 인사 중 대북강경책과 개성공단 폐쇄 용인 발언으로 지지자와 당원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얘기는 새누리당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더민주에서 꺼낼 얘기는 아닙니다. 엊그제 이종걸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더민주의 당론이고, 방법론은 몰라도 근본 정신은 타협이나 절충할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우클릭’을 위한 행보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 핵심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제가 (정치를 위해)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그 부분이 흔들린다면 우리 당원, 지지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선 의원은 ‘정 전 의원이 우리에게 왔으니 햇볕정책 정통성이 생겼다’고 했는데요.
“햇볕정책이나 김대중(DJ) 정신을 국민의당에서 자꾸 얘기 합니다. DJ정신의 계승자가 될 수 있는 분들은 꼭 호남 출신이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저희 아버지를 모신 적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민주주의 평화 인권 등에 대해서 치열하게 수구기득권 세력과 싸워서 그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들이 DJ정신의 계승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당에 있든,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제가 말한 진실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자기 개인 감정이나 사사로운 이익을 뛰어넘어 대의를 위해서 희생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설훈 더민주 의원의 경우 민주화 투쟁을 했고 영남 출신인데도 아버지 밑에 와서 일을 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대북송금 특검이나 민주당 분당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2004년 한나라당과 손잡고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자 단호히 반대하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불편부당하게, 소신과 원칙을 지킨 것입니다. 그런 정치를 하는 분이 진정한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야권의 정치인들은 늘 ‘김대중(DJ)정신’을 입에 달고 삽니다. 아들로서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국회의원 자리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느 당 가서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또 지금 호남 출신이어서 어쩔 수 없이 야권에 있긴 하지만 자기가 다른 곳 출신이었다면 새누리당에 갔을 그런 분이 DJ정신 언급하는 거 저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특히 최근에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 것 같습니다.
“그렇죠. 탈당을 해서 당을 새로 만들던 출마를 하던 그건 그분들이 알아서 할 일인데 야권 분열이나 자기들의 사리사욕 채우는데 있어 아버지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보인 그런 모습들이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접고 정치에 나서기로 결심한 데 일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구요.”
-정치를 시작하며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치적 신념이나 목표는 무엇입니까.
“아직은 스스로를 직업 정치인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진 더민주를 구하고 또 야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국민들께 잃었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돕겠다고 한 것입니다. 나 스스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정리가 잘 안 됐습니다.”
-본인의 정치활동 재개를 ‘자원봉사’라고도 표현 했는데요.
“자원봉사 비슷한 것입니다. 사실 영입은 다른 분야 있던 사람을 데려오는 게 영입입니다. 저는 당원은 아니었지만 더민주의 가족으로서 항상 마음 속으로는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인사 영입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입당을 두고 동교동계 인사들의 반대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의 경우 이희호 여사와 (김홍걸씨는) 출마를 하지 않도록 정리가 됐다고까지 발언했는데요.
“박 의원님이 어머니께 무슨 내용을 말했는지 모르지만, (저의 정치 활동이) 우려된다는 점 정도로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이희호 여사) 입장은 분명합니다. 현실 정치 개입 안 하고, 나를 포함해 어떤 사람이 찾아와 ‘저의 정치적 소신은 이러니 이렇게 가겠다’고 하면 ‘신중하게 생각해 알아서 잘 판단해 해라’ 정도로만 말하시지 이래라 저래라, 된다 안 된다 말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 완전한 정치인이 됐다고 할 수 없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모로서 자식이 괜히 상처입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지 정치적 견해로 누군 도와선 안 된다, 누구와는 손잡아서 안 된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셨더니 뭐라고 하셨나요.
“어머니는 결국 제가 ‘주변이 다 편하고 안심하고, 남들에게 축복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에 입문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여건이 그렇지 않으니 염려스럽다’ 이 정도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내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서는 만류가 없었나요.
“아이들은 별 말 없었습니다. 아내는 그런 일 보다 돈 버는 일 해라, 그 정도로만 말했구요. 그래서 제가 돈 버는 일은 나중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최근까지 출마나 불출마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부와 당을 위해 본인의 역할에 대해 상의한다고 했는데 방향은 결정됐습니까.
“아마 다음주(*인터뷰 시점이 19일이므로 실제는 이번주) 정도에는 이번 선거에서 무슨 역할을 맡아 도와드리게 될지 정리가 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에 대한 입장은요.
“출마해 금배지 다는 것이 최우선 과제는 아닙니다. 일단은 야당을 살려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지금 불 난 집에 왔는데 불 끄는 일 먼저 해야지 잔칫상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당에서 권유한다면 (출마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제가 준비가 안 돼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순 없습니다. 곧 정리가 돼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출마, 불출마 가능성은 50대 50이다. 나가더라도 무조건 호남은 아닐 수 있다. 호남보다는 수도권이 출마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혹시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 외교, 통일 분야에 대한 그 동안 연구 성과를 당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관련 위원회 참여 등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이 어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들은 심경은 어땠습니까.
“어쨌든 잘된 일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정권의 탄압을 받아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앞으론 더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초 이희호 여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비공개 면담 녹취록 공개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련해서 안 대표 측 보좌관이 그만두기도 했는데, 진실 여부를 떠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진실공방이 표면적으로는 정리됐지만 진실이 다 드러났다고 생각 안 합니다. 그 일에 개입된 분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가담했던 분들 중 일부는 청와대서든 당에서든 아버지를 모셨던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판이 혼탁하고 수단 방법 안 가리는 곳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좀 심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지금 90세가 훨씬 넘고 병상 계신 어른을 상대로 그런 일 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대중들은 김홍걸 하면 유약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실제 모습과 어긋난 부분은 없습니까.
“제가 이번에 정치에 나선 것이 자신을 선전하고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써 이미지 개선을 위해 뭘 해야겠다 작전 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동교동계 어른들과는 세대 차가 많이 나고 그분들은 저를 어린애로 봐 심각한 정치얘기 나눠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그분들도 나에 대해서는 잘은 모른다고 봐야 합니다. 친하게 지내고 정치 얘기도 하는 사람은 (동교동계 중)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입당을 두고 DJ적자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편에선 김 교수의 정치 활동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생채기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 보고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내 말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나름대로 아버지 하신 것 수 십 년 동안 봐왔기 때문에 가셨던 길을 따라가는 것뿐입니다.”
-지금 야권이 분열해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동교동계라 불리는 이들이 당 밖에서 당을 향해 쓴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야권 분열을 꾀하면서 거기에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해서 호남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권 분열이 심해지면, 결국 총선에서 참패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정권교체 희망도 사라지니 어떻게든 흔들리는 야권을 바로 세워 정권교체를 해야 합니다. 만약 대선에서 지금의 정권이 연장되면 국가에 심각한 문제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큽니다.”
-최근 더민주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본인의 입당이 당이 자리를 잡아가는데 도움이 됐다고 보십니까.
“흔들리는 분위기를 좀 잡는데, 약간은 도움 됐을 수 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저나 더민주에 있는 분들이 겸허한 자세로 그 동안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반성하며 새롭게 바뀌는 모습 보여준다면 그 분들 마음이 서서히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민주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혁신한 다음 회초리를 든 유권자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민주는 무엇을 잘못했고 또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민과 유권자에게 이 당이 수권정당이구나, 정권 맡겨도 안심할 수 있는 정당이란 점 보여드리는 데 미흡했습니다. 사실 여당도 그렇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혈세를 국고보조금으로 받는 입장 아닙니까. 전략기획이나 정책개발 측면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 앞두고 국민의당과 대척점에서 DJ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라는 요구를 당에서 할 수도 있을 텐데요.
“탈당한 호남 현역 의원들이나 국민의당 정치인, 정동영 전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저와 그 분들의) 대결 구도로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누가 더 진정성과 실력이 있나. 누가 더 유권자를 안심시킬 수 있나를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합니다.”
-야권연대를 어떻게 보십니까.
“야권 연대를 하느냐 마느냐는 지도부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소선구제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야권이 표 갈라지면 지게 돼 있습니다. 그것이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곤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 결선투표를 하는 나라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대신해서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과거 (최규선 게이트 연루로) 구속수감 경력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이런 아킬레스건도 자연스레 덮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가 잘 했다는 건 아니고, 그 때는 정말 세상 물정도 모르고 어리석어 큰 실수 했는데 그 점은 두고두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그 일(구속 수감)보다 더 크게 반성해야 하는 점은 그 후의 삶이 무기력했다는 점입니다. 뭔가 사회에 공헌하고 아버지의 뜻과 업적을 이어 받는 일들을 좀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더 후회가 됩니다.”
-김 교수의 정치 활동과 함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의 행보도 관심사입니다. ‘김홍걸 호남 출마-김현철 영남 출마’의 구도를 그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건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말일 뿐이다. 저는 그 분을 두 번 정도, 가볍게 인사 나눈 적 만 있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어 현재 입장이 어떤지 모릅니다. 제가 함부로 뭐라고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우리 유권자들께 정말 드리고 싶은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사실 정치인들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인들 물론 한심한 사람도 많고 문제 있는 사람도 있는 것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그 정치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어디 해외에서 수입해 온 사람 아닙니다. 결국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뽑아줘서 된 것입니다.
그러니 투표를 할 때 현명하게 해야지, 한번 투표하면 4년 동안 반품이 안 됩니다. 현명한 유권자, 행동하는 유권자가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욕만하고 투표장 안 나가는 분들은 절대로 자기가 원하는 높은 수준의 정치 얻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돌풍 일으키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부자들의 큰 돈을 후원 받는 후보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1월 한 달에만 77만명이 200억원 이상을 모아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 얘기 하면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훌륭한 정치인 없다’고 하는데 훌륭한 정치인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 아니라 국민이 키워내야 합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지 않는데 곡식 저절로 자라는 법은 없습니다. 때로는 성원하고 잘못하면 채찍질 해 바른 길 가게 해 국민 지지해주고 감시해줘야 바른 정치인들이 나옵니다.”
-이희호 여사의 건강은 어떠신지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입원 생활 오래하는 것 갑갑해하시는데 기력 회복해 걸으실 만 하면 퇴원하실 것 같습니다. 입원 전에도 연세가 많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는 못하고 계십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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