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 거장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가 엄마의 친딸임을 법적으로 확인 받으려고 소송을 냈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등진 천 화백이 풀지 못한 한으로 남은 1991년의 ‘미인도 위작 사건’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법적 대응을 위해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3)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는 동생 종우씨의 아들과 함께 지난 18일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가사3단독 재판부가 소송건을 심리한다.
천 화백은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낳고, 두 번째 남편인 고(故) 김남중씨와의 사이에서 정희씨와 종우씨를 낳았다. 남매는 당시 김씨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던 부인과의 사이에 둔 자녀로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는 등록됐으나 천 화백은 자서전 등을 통해 김 교수 남매가 친 자식임을 밝혔었다.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천 화백의 삶을 짓밟았던 ‘미인도’가 위작임을 분명히 하려는데 법적인 친자관계로 돼 있지 않아서 친자확인 소송을 먼저 하게 됐다”고 소송 취지를 말했다. 그러면서 “친자 확인이 되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밝힌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과 명예훼손 혐의의 형사 고소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에 대해 천 화백이 직접 “내 작품이 아니다”고 밝히며 불거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당시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배 변호사는 친자확인 소송이 유작을 둘러싼 재산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상속 관련 분쟁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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