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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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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입력
2016.02.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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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47)씨는 밤새 아픈 몸 때문에 고통 받는 어머니 성모(74)씨를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머니는 온 몸에서 식은 땀이 나고,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당장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마음은 더 답답했다. 정 씨는 평소 입에 잘 대지 않던 술까지 먹었다.

술을 먹은 정 씨는 어머니가 더 이상 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79) 생각도 났다. 아버지는 오늘도 변함 없이 새벽 4시에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고민하던 정 씨는 해 뜰 시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녘 장갑을 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목을 졸랐다. 어머니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정 씨가 후회와 무기력으로 온 몸을 떨고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내가 죽였다. 우리도 같이 죽자. 살아서 뭐하냐”고 말했다. 아버지는 “너 왜 그러냐. 왜 네 어머니가 숨을 쉬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만류도 했다.

아버지의 설득을 뒤로 하고 정 씨는 집 밖으로 나왔다. 정신 없이 찾은 곳은 근처에 있는 폐축사였다. 이 곳에서 죽자고 마음을 먹었다. 줄을 걸고 목을 맸지만 실패했다. 그 사이 아버지는 경찰에 “내 처가 죽었다. 아들이 죽였다고 한다”고 신고했다.

혼자 배회하던 정 씨는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버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을 만났다. 힘 없이 두 손을 내민 정 씨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세종경찰서는 22일 정 씨를 지병이 있는 70대 노모를 살해한 혐의(존속 살인)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정 씨는 22일 오전 5시 30분께 세종시 연기면 아버지의 집에서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다”고 범행 동기를 자백했다.

경찰조사결과 정 씨는 4년여 전부터 지병을 앓으며 거동마저 불편한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매일 아침 병원에 데려다 준 뒤 출근하는 등 효심이 지극했다. 6년 전 이혼한 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 왔다는 평이 나온다. 혼자 키운 딸도 교사와 이웃들에게 칭찬이 끊이지 않는 등 반듯하게 키웠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깝지만 그릇된 판단을 한 정 씨는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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