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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 삼성 빼고는 소극적

입력
2016.0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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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과감한 사업 재편을 추진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사업 재편에 소극적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최근 세계적 경기 침체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사업 재편을 해야 하는 또다른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0년과 2014년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금융사 제외)을 비교한 결과 주력상품이 바뀌거나 업종을 바꾼 기업은 삼성전자(반도체→스마트폰), 삼성SDI(디스플레이→2차전지), 한화테크윈(디지털카메라ㆍ정밀기계→항공ㆍ방산) 등 일부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거의 변화 없이 한번 시작한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과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재벌그룹들 가운데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며 과감하게 사업 재편을 벌이는 곳은 삼성 정도다. 2014년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산업체를 한화에 넘겼고 지난해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롯데에 팔았다. 이는 전자ㆍ바이오ㆍ금융의 세 축으로 주력사업을 재편해 역량을 집중하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최근 실적이 악화되거나, 흑자가 나더라도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된 삼성카드, 제일기획,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에스원 등의 계열사는 끊임없이 매각설이 돌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역량을 집중하려면 관련 신기술을 획득하고, 상용화할 수 있을 만큼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기술이나 자본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기술 변화에 잘 올라탄 기업은 크게 성장한 반면 타이밍을 놓쳐 흐름에서 이탈한 기업은 한순간에 추락한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기술을 선점하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떤 기술을 사올 것인지, 그 기술로 어떤 사업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고 실패에 대한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 기업 문화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시장이 형성된 제품의 선진 기술을 단시간에 따라잡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잘 해왔던 영역이지만 세상에 없던 상품이나 기술을 내놓는 것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데 우리 기업으로선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사업 재편이 우리 사회의 고용 문제와 맞물려 있는 점도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을 위한 인수합병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해외에 기업을 팔아야 할 경우 문제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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