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상비군이나 청소년 대표 합숙훈련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살이 빠져서 나와요. 어떤 음식을 먹나 한번 사진을 봤더니 한숨이 나올 만큼 형편없더군요.”
한 수영 지도자는 2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훈련 예산에 식비는 꽤 많이 책정돼 있는 편”이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근육량 유지가 필수적인 운동 선수들에게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질 낮은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돈이 새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대한수영연맹의 고질적인 내부 비리가 검찰 수사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수영장 시설공사나 선수 선발과 관련해 뒷돈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훈련비를 가로채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검은 관행’이 몇몇 임원들의 개인 비리 수준이 아니라, 연맹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의 수영연맹 비리 수사는 현재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수영장 시설공사를 둘러싼 비리인데, 연맹 시설이사 이모씨는 B사 등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수영장 시설업체와 수영장을 인증해 주는 권한이 있는 연맹은 절대적 ‘갑’의 위치에 있는 데다, 국내의 공식 경기용 수영장 시설공사는 사실상 3개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이들 간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 B사의 매출은 2012년 27억원에서 2014년 81억원으로 2년 만에 3배나 치솟았다.
두 번째 축은 국가대표ㆍ상비군 선수 선발 및 훈련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리다. 검찰은 이날 사설 A수영클럽을 운영하는 박모씨한테서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미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연맹 전무이사인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맹 임원이기도 한 박씨의 클럽에서는 실제로 다수의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배출됐는데, 그는 정씨에게 회당 수백만~수천만원씩을 정기적으로 상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씨가 그 대가로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대표 선수들의 훈련비를 연맹 측이 유용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결국 수영연맹 최고위층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드러난 비리에 대해 수영계의 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적폐가 2010년 이기흥 현 수영연맹 회장이 취임하면서 날개를 단 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영연맹 차원을 넘어, 이 회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체육회 비리 수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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