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줄곧 평양 주변에만 머무르며 ‘평양 사수’에 나서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위원장이 도발 이후 지방에 은거했던 것과 대비된다. 자신을 겨냥한 한미 무력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과시용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북한군의 기동ㆍ비행훈련을 직접 참관, 지휘에 나섰다고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혁명의 수도 평양을 적들의 그 어떤 침공으로부터도 믿음직하게 사수하기 위한 작전준비를 더욱 완성하는 데 있다”고 훈련 목적을 설명했다.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훈련 장소는 평양 인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군 훈련 참관에 나선 건 핵 실험 하루 전인 지난 달 5일 이후 처음이다. 이번 군 훈련 참관으로 본격적인 도발 준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월 시작될 한미 키리졸브 연합훈련에 대한 선제 대응 성격도 엿보인다.
김정은의 수행자 명단에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추가 도발 준비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혁명화 교육 조치 이후 2개월 만에 돌아온 최룡해 당 비서 역시 지난 달 23일 현지지도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날 수행명단에서 리명수가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으로 호명되며 처형된 리영길 후임으로 공식 임명된 게 확인됐다. 리명수는 미사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정은의 평양 은둔을 두고 F-22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위협이 고조되자 동선을 일부러 최소화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정일의 경우 천안함 도발 이후 삼지연 지하 요새 체류설이 나돌았던 데 비해 김정은은 평양을 지키고는 있지만, 도리어 은둔 행보를 숨기기 위한 교란작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한 면을 통째로 ‘망령 든 노파’‘치마 두른 역적’‘패륜 악녀’등 박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도배를 해놨다. 총 1만3,000여자, A4용지 20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정부 관계자는 “행동에 앞서 말로 위협 수위를 높이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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