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ㆍ연세대)가 올 시즌 첫 리듬체조 국제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은메달 2개(후프ㆍ개인종합)와 동메달 2개(볼ㆍ리본)를 목에 걸며 리우 올림픽 청신호를 켰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드루즈바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2016 모스크바 그랑프리 마지막 날, 종목별 결선 후프 종목에서 18.283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18.500점을 받은 알렉산드라 솔다토바(러시아)에게 돌아갔다. 후프 종목별 결선에서 첫 번째 연기자로 나선 손연재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프랑스 영화 팡팡 OST 중 ‘왈츠(Valse)’에 맞춰 연기를 펼쳤고 예선(5위ㆍ18.066점) 때보다 0.217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날 개인종합 경기에서 4종목 모두 18점대를 찍으며 합계 72.964점으로 솔다토바(74.066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손연재는 대회 두번째 은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이어진 볼 종목에서는 18.383점으로 3위에 올랐다. 볼에서도 첫 번째 연기자로 나선 손연재는 영화 대부 삽입곡으로 유명한 ‘팔라 피우 피아노(Parla Piu Piano)’에 맞춰 연기했고 예선(3위ㆍ18.366점) 때보다 0.017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르가리타 마문(러시아)과 솔다토바가 18.883점으로 동점을 기록, 공동 1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그러나 곤봉에서는 18.250으로 4위에, 리본에서는 18.133으로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손연재는 앞서 20일 열린 개인종합 둘째 날 경기에선 곤봉에서 18.366점, 리본에서 18.166점을 받았다. 19일 후프에서 18.066점, 볼에서 18.366점을 얻은 손연재는 4종목에서 모두 18점대를 찍고 합계 72.964점으로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4.066점ㆍ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2011년부터 시즌 첫 대회인 모스크바 그랑프리에 출전했으나 시상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연재는 2011년에는 개인종합 19위를 기록했고, 2012년 18위, 2013년 10위, 2014년 6위를 차지하는 등 해마다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는 발복부상의 여파로 출전하지 않았다.
러시아체조연맹이 주관하는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따라서 국가당 출전 선수의 수를 제한하는 국제체조연맹(FIG) 주관의 월드컵 대회나 세계선수권대회보다 훨씬 더 메달 획득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대회다. 이번에도 비록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야나 쿠드랍체바가 불참하긴 했으나 리우올림픽의 강력한 금ㆍ은메달 후보인 마르가리타 마문을 포함해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아리나 아베리나, 디나 아베리나, 카리나 쿠즈넷소바, 이리나 아넨코바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선수 6명이 출전해 손연재의 은메달은 더욱 빛났다.
특히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멜리티나 스타뉴타(72.249점ㆍ벨라루스)가 리본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5위로 추락한 틈을 타 지난해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으로 스타뉴타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 스타뉴타와 함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는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올 시즌 새 프로그램을 짜면서 지난 시즌처럼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도는 포에테 피벗이 아닌, 한쪽 다리를 쭉 펴며 도는 피벗을 시도하고, 댄싱 스텝도 빈틈없이 배치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난도를 높인 가운데 손연재가 이날 획득한 4종목 합계 72.964점은 지난해 8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72.800점을 넘어서는 개인 최고점이다. 손연재는 볼과 곤봉에서도 나란히 18.366점을 얻으며 역시 개인 최고점을 찍었다. 종전까지 볼과 곤봉 최고 점수는 역시 소피아 월드컵에서 각각 기록한 18.300점, 18.350점이었다.
손연재는 2조 7번째 순서로 곤봉 연기를 시작했다. 경쾌하고 발랄한 테리 스나이더의 ‘오예 네그라(Oye Negra)’에 맞춰 깜찍한 연기를 이어간 손연재는 마지막 마스터리에서 실수가 나왔다. 곤봉 점수는 18.366점. 마지막 실수만 없었다면 18.5점대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앞서 곤봉 연기를 펼친 스타뉴타가 18.550점을 얻으며 손연재와의 점수 차는 0.015점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스타뉴타가 마지막 리본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반면 손연재는 자신의 승부수인 리본에서 탱고 음악인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배경으로 강렬하고 노련한 연기를 펼쳤다. 프로그램 중간에서 약간의 실수가 나왔지만 무난히 18점대를 찍었다. 손연재는 시상식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로드 투 리오’(road to rio)라는 소감을 남겨 리우올림픽 메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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