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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번 동선 겹친 세 후보, 대화 없이 목례만 ‘어색한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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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번 동선 겹친 세 후보, 대화 없이 목례만 ‘어색한 조우’

입력
2016.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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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종로의 아들” 내세우며 행사 16개 소화

오세훈 “현안에 정통” 강조하며 한 곳에 오래 머물기

정세균 “완성형 후보” 파고들며 예선 부담 없이 여유

여론조사는 여전히 백중세… 양자대결 땐 吳, 丁에 약간 앞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오른쪽) 예비후보가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오른쪽) 예비후보가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윤보선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 전 금배지를 달았던 곳. 전국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 4ㆍ13 총선을 50여일 앞둔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일찍 선거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새누리당에선 3선 출신의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16대 의원 출신인 정인봉 당협위원장 간 험난한 예선이 예고돼 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6선을 노리는 현역 정세균 의원이 고지를 지키고 있어 치열한 본선 경쟁이 불가피하다. 19일 동행 취재한 종로의 여야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하루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분(分) 단위 강행군’을 하며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6차례 ‘어색한 조우’… 간단한 목례만 했지만 속내는 “얼굴 보니 마음 놓여”

“좋은 세균, 정세균입니다.” “종로의 아들, 박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세훈입니다.”

정월대보름을 사흘 앞둔 이날 오전 8시30분 종로구 옥인동 인왕산 쌈지공원. 인왕산 산신제가 열리는 이 곳에 갈색 두루마기에 빨간 목도리를 두른 박 전 의원이 가장 먼저 도착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행사가 시작된 9시에는 붉은색 점퍼를 입은 오 전 시장이 두 번째로, 그 다음으로 정 의원이 더민주를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도착해 주민들을 만났다.

산신제를 시작으로 이날 일정이 6번 겹친 세 후보는 거듭 어색한 조우를 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간단한 목례만 나눌 뿐 대화는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저쪽(새누리당)은 선수도 명확하지 않은데 후보끼리 대화할 일이 뭐가 있겠냐”며 “요즘 지역행사에서 자주 봐서 어색하진 않지만 안부까지 물을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갑지는 않아도 행사장에서 경쟁자가 안 보이면 마음이 더 불안하다고 후보들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박 전 의원은 “세 명이 같은 곳에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했고, 오 전 시장도 “상대가 안 보이면 주민이 더 많이 오는 행사가 따로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며 웃었다.

동선이 겹치는 일이 잦다 보니 현장에 빨리 도착해 가장 먼저 ‘얼굴 도장’을 찍으려는 수행비서 간 보이지 않는 수싸움도 치열하다. 실제로 이날 세 후보가 두 번째로 마주한 오전 10시 ‘사직동 지신밟기 행사’에는 정 의원이, ‘창신1동 윷놀이 대회’에는 오 전 시장이 가장 먼저 얼굴 도장을 찍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진 예비후보가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진 예비후보가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가장 많은 일정 소화한 박진ㆍ오세훈은 ‘오래 머무르기’ 전략ㆍ정세균은 ‘여유’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바쁘게 움직인 사람은 박 전 의원이었다. 이날 참여한 행사만 16개에 달했다. 그는 인왕산에서 사직동 행사장으로 오는 일정을 쪼개 경복고 학부모 연수장을 찾았고 인사동 문화지구 정책토론회 등 다른 후보가 챙기지 않는 일정도 챙겼다. 그는 유일한 종로 토박이와 3선 의원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주민들은 종로가 키운 사람이 있는데 왜 밖에서 온 사람을 택해야 하는지 명분을 못 찾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당내 경쟁자인 오 전 시장을 겨냥했다. ‘경제는 종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그는 종로를 대표하는 봉제업과 귀금속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반면 오 전 시장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욕심을 부리면 한이 없다”며 “5개 일정이 있다면 3군데만 가더라도 되도록 끝까지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신인 그는 시정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종로 토박이론에 대해서는 “나도 중동중(당시 종로구 소재) 출신으로 종로와 연고가 없는 게 아니다”며 “누가 종로 현안에 정통하느냐를 갖고 경쟁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 전 시장은 창신ㆍ숭인동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시장 재직 당시 미완의 사업들을 마무리 짓는다는 포부다.

예선 부담이 없는 정 의원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종로 면적(23.91㎢)이 정 의원이 내리 4선을 했던 전북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면적 2,550㎢)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지역구를 누비기도 훨씬 수월하다고 그는 말한다. ‘바른 정치, 큰 일꾼’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 의원은 “나는 민심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완성형 후보”라며 “두 후보에 비해 키만 좀 작을 뿐 모자란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특유의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서울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제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여론조사 백중세, 민심도 박빙

현재 여론조사는 오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우위지만 여전히 백중세다. 본보가 지난달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오 전 시장이 정 의원에게 43.6%대 41.3%로 근소하게 앞섰고 박 전 의원은 정 의원에게 33.6%대 44.0%로 뒤졌다. YTN이 지난 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전 시장이 정 의원에게 44.7%대 41.7%로 여전히 앞섰고 박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양자대결에서는 42.1%대 40.1%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구도였다.

지역 민심도 박빙이었다. 고급 빌라가 많은 평창ㆍ구기동 등은 여당 우세 지역, 창신ㆍ숭인동 등은 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의외의 반응이 많았다. 평창동에 사는 주부 김모(45)씨는 “정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일을 무난하게 잘 해온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창신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회사원 유모(42)씨는 “오 전 시장은 행정능력이 검증된 사람으로 시장 재직 시절 정책도 나쁘지 않았다”고 평했다. 광장시장에서 3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해온 최모(62ㆍ인의동 거주)씨는 “박 전 의원은 종로 출신으로 3선 의원을 하면서 종로에 정을 많이 준 사람”이라고 애정을 표시했다.

한편 여당의 제3주자인 정인봉 당협위원장은 이날 경복궁길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행사보다는 길거리 인사를 통해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데 주력했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종로에서 주례를 선 부부가 1,000쌍이 넘고 법률상담만 2만건이 넘는다”며 “주민들은 종로에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고생한 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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