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박진 전 한나라당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일에도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단 채 나란히 앉았다. 여의도 새누리당사 공천신청자 면접 대기실에서다. 여권의 두 ‘거물’은 이날 정인봉 종로구당협위원장, 김막걸리(幕傑理) 구국실천연대 상임대표와 함께 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면접 심사의 첫 주자로 나섰다.
두 사람의 미묘한 기싸움은 대기실에서부터 시작됐다. 박 전 의원보다 늦게 도착한 오 전 시장은 “형 옆에 앉아야 (기자들이) 좋아하겠지”라며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1961년생인 오 전 시장은 1956년생인 박 전 의원보다 5살 아래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다른 지역 예비후보가 인사를 건네자, 박 전 의원은 “동생이 치고 들어오니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고, 오 전 시장도 “형님이 양보까지 해주면 더 좋은데”라고 맞받아쳤다. 또 “선거구를 달리 하면 둘 다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데 광진에 살면서 엉뚱한 데 오니까 그게 문제다”(박 전 의원), “아유 이제 그만 좀 하라”(오 전 시장) 등 아슬아슬한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16대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부터 11월 초까지 세 번 만나 출마 지역구 조율을 시도했지만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약 15분 간의 면접을 보고 나온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박 전 의원은 “(종로 3선 의원 출신으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내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다”, 오 전 시장은 “시정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펴는 데 내가 더 경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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