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가 경차나 소형차 판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미미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유가로 기름값 부담이 줄어든 것도 경차나 소형차 판매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이유로 지난해 8월 27일부터 개소세율을 5%에서 3.5%로 1.5% 포인트 낮췄다. 작년 말로 종료됐던 적용 기간은 올 들어 6월까지 연장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개소세 인하 직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국산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일반 승용차가 6.3% 늘어난 반면 SUV는 44.8%로 급증했고 미니밴도 22.5% 늘어났다.
이 가운데 승용차 차급별 증가 수치를 보면 준대형 승용차가 18%, 대형 16%, 중형 11.3%, 준중형 0.6%로 증가 폭이 컸다. 반면 경차는 -0.9%, 소형차는 -11.3%로 오히려 판매가 감소했다.
이는 가격이 비싼 차량의 개소세 인하 혜택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소세 인하 효과는 고가 수입차 및 SUV에 집중되고 있는 듯 보인다.
경차는 애초부터 개소세가 면제다. 개소세 인하 전후 가격 차이가 없다. 소형차 역시 고가 차량에 비해 혜택이 적다. 실제로 올 들어 기아차의 소형차 프라이드의 개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 폭은 22만~32만원인 반면 준중형차인 K5는 41만~57만원, 최근 출시된 준대형 세단 K7은 55만~72만원으로 가격이 비쌀수록 인하 폭이 크다. SUV인 쏘렌토의 인하 폭 역시 프라이드보다 약 2배 큰 51만~62만원이다.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의 할인 폭은 최대 100만~400만원에 이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개소세 인하로 차량 가격을 최대 440만원까지 내렸고 BMW, 아우디, 렉서스 등도 수백만원의 할인으로 수입차 판매 신장을 견인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다. 반면 국산 승용차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독일과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 업체들은 올 들어서도 개소세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유가 역시 경차나 소형차 판매를 가로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기름값이 내려가 유지비용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경차나 소형차 수요층이 상위 차급으로 옮겨 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올 들어 1,407원에서 시작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21일 기준 1,345원까지 내려갔다.
기아차와 한국GM은 각각 추가 가격 할인을 앞세워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 판매 강화에 나섰지만 결과는 여전히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나친 경차 할인이 업계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다. 마진율이 낮은데다 추가 할인까지 무리해서 적용할 경우 해당 업체의 경차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줄고 이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부진으로 인한 경차시장 후퇴는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경차나 소형차가 소외되는 부작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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