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전도연(43)이 가슴 진한 정통멜로로 돌아왔다. 그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격정적인 사랑으로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멜로 퀀’이 선택한 영화‘남과 여’(25일 개봉)는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기 다른 사람의 아내와 남편으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집중하며 서로를 갈구한다. 영화는 예측 가능한 사랑의 굴레를 그리고 있지만 그 과정은 무척이나 담담하고 절제돼 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전도연은 “통속적인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사랑을 이윤기 감독이라면 절제된 감정으로 뻔하지 않게 그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남과 여’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전도연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장르인 멜로로 돌아왔지만 아예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연속 개봉한 영화 ‘무뢰한’과 ‘협녀: 칼의 기억’의 누적관객수가 고작 40만명을 넘겼을 뿐이라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러면서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기도 하니까.
“이번 작품이 잘 될 지 안 될 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렇지만 (‘칸의 여왕’이라는)무게감은 너무 커요. 앞으로도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 못할 것 같고요.”
다음은 전도연의 일문일답.
-‘남과 여’에 출연한 이유는
“‘남과 여’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하녀’(2010)를 하기 전부터 기획된 오래된 작품이다. 당시 오랜 만에 ‘하녀’를 통해 복귀했던 터라 ‘남과 여’는 거절했었다. 그렇게 두 세 번 거절했는데 계속적으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윤기 감독이 연출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거절을 해도 항상 내 옆에 있는 작품이어서 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갔다.”
-이윤기 감독과 ‘멋진 하루’(2008)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이 감독이 ‘남과 여’의 연출자가 됐을 때에도 한 번 거절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감독이랑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멋진 하루’로 호흡을 맞췄을 때 이 감독이 가진 정서가 좋았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런데 ‘남과 여’는 건조한 부분이 있는 영화라 걱정도 됐다. 나는 감정적으로 많이 넘치는 배우다. ‘남과 여’는 그런 부분이 절제돼 보였다. 하지만 배우는 변신을 한다고 해도 스스로 할 수 없고 누군가를 통해서 보여지게 되는데, 이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 살려줄 것 같았다.”
-이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나
“‘남과 여’에서 보여주는 사랑이 통속적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절제된 감정을 이 감독이 찍어내면 어떨까 했다. 안심한 부분들이 있었다. 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공유와 연기했는데 어땠나
“‘남과 여’는 사랑이라는 큰 감정이 있기 때문에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공유는 그간 소속사도 계속 같았고 오래 전부터 알았던 친구여서 동생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알았던 공유보다 ‘남과 여’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공유의 모습이 더 많다. 의지도 많이 됐다.”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부담 없는지
“무게감은 너무 크다. 앞으로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핀란드에서 서울로 돌아와서도 끊임없이 기홍이 상민을 찾아오는 장면들이 있다. 그를 보고 더 진지하고 무거운 감정을 드러내야 했다. 상민은 그저 그를 지켜보고 반응할 뿐이다. 그렇다고 감정을 절제하는 게 어렵다거나 하진 않았다.”
-극중에서 아이를 저버리는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은 아니었다. 집착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극중에서 아이가 특수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상민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를 저버렸다기 보다는 오히려 아이와 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버렸다기 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홀가분하게 다 내려놓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기홍에게 느꼈을 듯하다.”
-힘들었던 장면은
“베드신은 솔직히 힘들었다. 고민도 많이 했다. 또 핀란드의 숲 속 오두막에서 촬영한 장면은 너무 추울 때 찍은 것이다. 화면상으로 좋아 보이긴 하지만 편하게 촬영한 건 드물다.”
-전도연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나는 사랑이 좋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에너지인 듯하다.”
-‘남과 여’는 흥행할 것 같은가
“나는 이제 어떤 게 대중적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다만 이번 영화 언론 시사회를 끝내고 공유에게 그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웃어”라고. 그러자 공유가 “어디서요?” 하길래, “네가 찾아올 때마다 웃는 것 같아”라고 말해줬다. ‘남과 여’가 단 한번도 관객이 웃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잘 모르겠다.”
-차기작은 정해졌나
“드라마를 하려고 한다. 오랜 만에 TV로 돌아가련다. ‘굿 와이프’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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