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Dawnlight)’이라는 뜻의 ‘던라이트’호는 겉보기에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일반적인 화물선과 다름없다. 전 세계 어떤 항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외양의 이 배는 그러나 행적이 묘연한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싱가포르 선박회사 소유인 선박 던라이트호는 최근 3개월 반 동안 싱가포르와 한반도를 무려 9차례나 오락가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WP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기록을 뒤져본 이 배의 항행일지에는 그러나 던라이트호가 남북한 어느 항구에도 정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다. 분명 데이터에 의하면 이 배는 부산 등을 향했다가 항구에는 들리지 않았으며, 명백히 북한으로 진입했다는 기록도 없다. 눈에 보이는 기록에 의하면 이 미스터리한 배는 목적지 없이 3개월 이상을 태평양을 떠돈 셈이다.
WP는 ‘과연 던라이트호는 어디로 향했으며, 무엇을 싣고 있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한층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작지 않은 ‘구멍’이 존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북한으로 핵무기 관련 물품 등 제재품목을 실어 나를 가능성이 농후한 던라이트호와 같은 화물선이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오간다면 아무리 새로운 제재를 더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 인근 해역에는 선박을 추적할 레이더망이 충분히 있지 않으며, 배들이 일부러 AIS작동장치를 꺼놓을 수 있어 제재대상 물품을 북한으로 유입하는 화물선이 존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던라이트호는 지난해 7월 이후 미 재무부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싱가포르 소재 세나트사가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나트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를 대신해 무기구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아 제재 대상이 된 회사이다. 2013년에는 쿠바에서 선적한 미그 전투기와 구소련제 레이더 장비 등을 싣고 운항하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북한의 ‘청천강호’를 전세내어 사용하기도 했다. WP는 “이 배가 한반도 주변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온 만큼 제재대상 품목을 ‘배달’해왔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만 하다”고 전했다. 특히 싱가포르 당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제재 위반 사항을 위주로 단속하기 때문에 북한 선적이 행적을 숨기기에 적절한 곳이라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싱가포르 당국자는 “우리는 보통 독자적인 제재관련 사항은 무시하곤 한다”고 WP에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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