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대로 24일 재외선거인 명부작성이 개시되려면 하루 전인 23일까지는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그에 앞서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 등 필수적인 절차를 감안하면 19일까지 여야가 선거구획정기준에 합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중앙선관위가 여야 지도부에 19일까지 선거구획정 기준에 합의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한 이유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끝내 이날까지 선거구획정 기준에 합의하지 못했다. 4ㆍ13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선거구 획정 자체가 문제되고 있는 게 아니다. 석패율제 도입 등을 놓고 여야간 의견차 남아있지만 지역구(253석)와 비례대표(47석) 의석비율 조정 등 주요 쟁점에는 이미 공감대를 이뤘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야간 합의 서명이 가능한 상태다. 그런데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다른 쟁점 법안과 연계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 관련 특별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김무성 대표에게 “선거구만 획정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며 쟁점법안 선(先)처리를 거듭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의 연계 입장은 더욱 굳어졌다. 이병기 청와대비서실장 등은 19일에도 정 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찾아가 쟁점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쟁점법안 가운데 북한인권법을 제외하고 테러방지법, 서비스발전법, 노동개혁 4개법 중 파견법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야의 견해 차가 크다. 특히 최근 안보상황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시급성을 강조하는 테러방지법은 야당이 국정원의 정보 수집권 부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요원하다. 야당측은 선거구획정과 북한인권법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재촉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요지부동이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선거구획정이 더 늦어지면 총선연기론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선거구실종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미 정치 신인들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총선 후 법적 분쟁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 어떤 후보들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고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새누리당이 쟁점법안과 연계시켜 선거구획정을 더 늦추는 것은 도를 넘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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