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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보다 소득 불평등이 수명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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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보다 소득 불평등이 수명에 영향

입력
2016.02.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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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ㆍ노승영 옮김

서해문집 발행ㆍ256쪽ㆍ1만3,500원

“장수의 수수께기는 왜 빨리 죽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가다.”

탁견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를 가장 널리, 멀리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은 어차피 닳아 없어질 몸뚱아리 따윈 되도록 빨리 버리는 것이다.

맞다. 빨리 버린다는 건 곧 죽음이다. 한 사람이 80년을 사는 것 보다 40년 만에, 20년 만에, 10년 만에 자식을 낳고 사라진다면 2배, 4배, 8배나 더 멀리, 많이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다. 불로장생에 목 메는 우리 입장에서야 야멸차다 못해 모욕감을 느낄 지경이지만.

그러나 우주란 원래 미천한 인간 따위가 아무리 짝사랑을 가져다 바쳐도 늘 그렇게 무심하고 무정한 것 아니었던가. 해서 노화 현상을 다룬 책에다 ‘늙는다는 것은 우주의 일’이라 이름 붙여 번역한 것은 중의적이다.

우선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노화 현상을 쭉 짚어나간다. 흔히 농담 삼아 하는 ‘골골 팔십’이 실제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골골 팔십을 생물학적 용어로 번역하자면 ‘극단적 열량 제한’이다. 미국의 동부편백나무가 대표적 사례다. 두텁게 쌓인 좋은 흙에서 자라는 종류는 빨리 자라서 한 세기 안에 죽는다. 그러나 바위틈에서 목숨을 겨우겨우 부지하는 경우엔 천년목이 된다. 동부편백의 사례가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모든 개체군에서 좋은 조건에서 빨리 자라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느리게 자라는 것들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관찰된다. 같은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으로 비쳐진다.

다만, 이 경우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과도한 활동을 삼가면서 조금씩 먹어가며 조심조심 살아가는 태도는 번식에 이롭지 못해서다. 낮은 활동성을 보이는 미생물들은 기껏 3세대를 못 잇고 멸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인간들도 극단적 열량 제한을 하는 ‘골골 팔십’들의 경우 만성적 질환과 성욕 부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선지 저자는 우디 앨런의 이 말을 인용해뒀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면 100세까지 살아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기하면 된다.” 그래, 한번 사는 인생 어차피 짧고 굵게냐, 가늘고 길게냐 아니던가. 수명은 생장, 번식, 보수 세가지 요소의 타협점이라는 설명이다.

제목이 중의적인 이유는 이 지점이다. 아무리 무심하고 무정한 우주라 해도 노화와 수명이라는 게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이렇게 탄력적이라면, 무엇으로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릴 것인가. 일주일 내내 TV 건강프로그램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항산화물질을 찾아 비타민 AㆍCㆍE, 베타카로틴 영양제 통을 뒤적거릴 필요는 없다. 저자는 거의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고 한다.

대신 “가장 신기한 역설을 마지막까지 아껴뒀다”면서 ‘소득불평등’을 꺼내 든다. “선진국에서 왜 소득불평등이 이런 식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심리적 생물학적 원인이 얽힌 복잡한 문제”라면서 이는 노화를 미루고 수명을 늘리는 작업에서 “생물학자가 아닌 이들이 할 일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한다. 늙는다는 게 우주의 일이라면, 장수한다는 건 사람의 일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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