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출판사 첫 책] 보이지 않는 집(2015)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출판사 첫 책] 보이지 않는 집(2015)

입력
2016.02.19 13:28
0 0

육아와 ‘하고 싶은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나는 도서정가제 시행을 코앞에 두고 출판계 불황의 언저리에서 레드우드라는 출판사를 등록했다.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레드우드의 첫 책이나 다름없는, 건축가이자 아티스트 백희성 작가의 원고 덕분이다.

2013년이 다 지나가는 막바지에 파리에 있던 백희성 건축가로부터 원고 하나가 날아왔다. 저자와의 첫 만남은 에세이 ‘환상적 생각’(한언)을 기획하면서다. 두 번째 작품 ‘보이지 않는 집’은 백희성 건축가가 8년 동안 파리에 살면서 아름다운 고택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화재로 쌍둥이를 잃은 엄마가 매일 자살을 시도할 만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주인공 프랑스와 왈쳐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건축가 루미에르 클레제가 그녀를 위해 파리의 100년 고택에서 아이의 영혼을 불러내는 획기적인 건축을 시도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슴 뭉클한 사랑과 집에 부여하는 새로운 의미에 빠져 밤새도록 소설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책은 표지, 본문 디자인 및 일러스트까지 저자가 스스로 완성한 독특한 케이스다. 이 부분이 계약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기도 했다. 북 디자인 경험이 전무했지만 나는 아티스트 백희성의 탁월한 안목과 남다른 재능을 믿기로 했다. 제작 과정에서 상상 초월의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 가끔은 울지도 웃지도 못 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표지에 집 모양의 타공을 하고, 집 모양의 구멍이 뻥뻥 뚫린 본문을 펼쳐가다 보면 작은 파란 집 모양의 스티커가 나온다. 이 스티커는 책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장미꽃을 살리기 위해 손으로 문지르면 장미향이 나도록 특별 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부분은 제목도, 저자 이름도 없는 하얀 표지이다. 처음엔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독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작가의 디자인 의도에 나는 결국 찬성했다. 저자는 창업을 앞두고 방황하고 있던 나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창업 선물로 명함과 레드우드 로고를 디자인해 보내 주었다. 레이저로 타공해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명함은 작지만 언젠가는 큰 아름드리나무가 될 ‘레드우드’의 숙명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내 손에 온 첫 원고는 장장 1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 사이 두 권의 책이 기다리다 못 해 먼저 출간되기도 했지만 레드우드의 첫 책은 그래도 ‘보이지 않는 집’이다. 작가는 이 책에 나오는 건축물은 파리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조각조각은 파리에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파편들이 있다면 한국과 프랑스 두 곳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백희성 건축가가 머지않아 하나씩 완성해 가리라 믿는다.

이선애 레드우드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