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 ‘다문화 훈풍’이 불고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8)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김마그너스는 1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2016 동계유스올림픽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10km 프리 종목에서 23분04초8을 기록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13일 열린 스키 크로스컨트리 크로스 프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마그너스는 대회 2관왕이 됐다. 16일 열린 1.3km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획득한 은메달까지 합쳐 이번 대회 총 세 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 대표를 선택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따낸 성과였다. 김마그너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정조준 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바이애슬론 등 2개 종목의 메달을 노린다. 그의 활약을 통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체육계의 기대는 크다.
혼혈 선수들의 활약은 취약 종목 전력 보강 효과와 함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가져왔다. 그 대표적 사례는 한국계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40)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워드가 지난 2006년 미국 스포츠 꿈의 제전인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43야드 터치다운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자 한국계 혼혈선수의 성공신화에 찬사가 쏟아졌다.
태생에 대해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한 워드의 스토리는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국내 무대에서 혼혈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종목은 농구다. 그간 문태종(40·고양 오리온스)과 전태풍(35·전주 KCC), 이승준(37·서울 SK)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들이 지닌 기본기와 특유의 탄력은 한국 농구대표팀의 핵심 무기가 됐다. 특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친 문태종은 한국 농구 금메달의 일등공신이었다.
축구 국가대표 미래 자원도 성장 중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골키퍼 김로만(19ㆍ포항)은 올해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포항 스틸러스로 직행했다. 프로무대라는 더 큰 바다로 향하는 그는 “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국가대표로 뽑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외 프로무대에서도 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쉬운 선례를 남긴 선수도 있다. 축구에선 지난해 6월 강수일(28)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흑인 병사 사이에 태어난 그는 프로 데뷔 후부터 다문화 어린이들의 ‘희망 메신저’이길 자처해 왔기에 태극마크의 의미는 더 컸다. 하지만 도핑 양성 반응으로 어렵게 따낸 태극마크를 너무 쉽게 내려놓았다. 강수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며 사죄했다. 현재는 임의탈퇴 신분으로 속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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