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L은 축구에 미쳐있다. 여가 차원을 넘어 자신을 축구선수라 여길 정도이니 정신 나간 짓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 비슷하게, 나도 이 나이에 록 음악에 미쳐있다. 글이나 쓰지 음악은 왜 하느냐며 비꼬는 사람이 가끔 있다. 설명이 구차해질까 웃고 만다. 속 깊이 맺혀있는 슬픔이나 아픔, 그리고 그것들을 유발한 어떤 근원적인 결락들이 오랫동안 음악에 매달리게 했던 것 같다. 음악을 하고 있으면 아프던 몸이 진정되곤 하니까. 상처를 돌봄으로써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일에 현실적 보상이나 사회적 인정은 나중 문제다. 생활에 대한 기본 책임을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처해 있는 현실을 변명 삼을 이유 없다. 실력? 애초에 그쪽 방면에 감각이 없었다면 관심 기울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규율화된 기술이나 절차에 서툴기에 외려 반작용으로 터져 나온 에너지 자체가 기발한 독창으로 빛을 발할 때도 있다. 그 빛은 양말 뒤집듯 속을 드러낸 상처가 나를 바꾸고 해방시키는 순간의 충일함과도 닿아있다. 하고 싶어 애가 타는 일 앞에서 여러 현실적 제약을 따지며 주저하는 건 정말 그걸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자기 안의 균열과 망설임에 질식해 자신의 깊은 목소리에 귀 닫아 버릴 때 ‘진짜 나’는 아프다. 그래서 한다. 축구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결락 속에서 움튼 힘이 진짜 ‘자기 것’이라 믿으니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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