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개성공단 중단, 도움 안돼”
이상돈 “北 제재 동참해야” 엇박자
호남 의원들 천정배 ‘물갈이론’ 항의
정동영 전격 영입, 분위기 반전은 “글쎄”
국민의당이 3각 파도를 만나 지지율 하락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리더십이 부족해 대북 정책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교통정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 지지의 핵심 기반인 호남지역 공천 방식을 두고 현역 의원들과 천정배 공동대표의 신경전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합류로 전북 민심에 대한 응급처치는 이뤄졌지만, 전국적 판세를 뒤집을 반전 카드는 여전히 제시하지 못해 난제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는 18일 안 공동대표의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 과정으로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해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상돈 교수 등이 주장하고 있는 ‘포용적 대북정책 실패론’과 ‘개성공단 중단 지지’ 등 개별 입장을 공식 부인하고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안 공동대표의 발언이 예정돼 있음에도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며 “포용적 대북정책은 다 실패했다”고 종전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놓고 당대표는 반대, 선대위원장은 찬성해 당론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적어도 지도부 통제력이 위원장에게 미치지 않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지난주 안 공동대표 의원실에 사표를 낸 이모 보좌관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는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은 쳐내라”는 말로 그의 측근 그룹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리더십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호남 공천 방식 문제는 곧 터질 화약고 중 하나다. 천 공동대표와 호남 현역 의원들 사이가 힘겨루기를 넘어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구가 호남인 의원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경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천 대표가 인위적인 물갈이를 이야기하는 게 지지율이 정체된 지금 상황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천 공동대표가 최근 광주의 예비후보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뉴DJ론’을 거두지 않고 ‘호남 물갈이’를 강조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들의 갈등을 조율해야 할 이 위원장은 오히려 이날 “현역 의원은 응당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중재가 아닌 한 쪽의 손을 들어줘 논란만 가중시켰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반전을 위해 안 공동대표의 전남 순창 방문으로 이날 밤 늦게 정 전 장관의 영입을 성사시켰지만, 총선의 큰 흐름까지 변화시키기엔 부족한 모습이 역력하다. 영입의 정치적 효과가 전북에만 미칠 공산이 큰데다,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도 국민의당 합류에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한 예비후보는 “당에 대한 불안감이 호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퍼지고 있다”며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가 반복되고, 호남마저 분열한다면 목표의석 40석은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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