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국민의당서 러브콜
18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을 받아 벼랑 끝에서 생환한 박지원 무소속 의원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이번에는 의원직 박탈은 물론 20대 총선 출마 기회조차 얻지 못해 정치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박 의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야권통합 등 향후 총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 출마의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김종인(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부터 복당 제안을 받았고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부터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그러나 나는 무소속으로 남아 야권 통합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리 준비한 ‘봄이 오면 야권통합! 정권교체!’라는 글귀가 쓰여진 노란색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호남에서 수십 년 만에 야권이 분열되고 있다”며 “호남은 선거구 조정이 되면 27,28석이 되고 영남은 67석이다. 몽땅 먹어도 우리는 어려운데 야권이 3분4열 됐다”며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민심이 한쪽으로 90%가까이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다행이지만 지금은 고만고만한 상태 아니냐”면서 “먼저 박준영 김민석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부터 더민주나 국민의당과 통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자신은 시민단체들의 야권통합 운동에 함께 투신하겠다는 말도 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당에 상관없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전국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당 모두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자신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 개인적으로 벼랑 끝 생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의원은 2000년 김대중(DJ) 정부 당시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하고, 남북정상회담 대북송금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11월 징역 12년과 148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유죄가 확정됐다면 정치 생명이 끝났을 박 의원은 최종 무죄가 확정되면서 18,19대 총선에서 전남 목포에서 잇따라 당선되며 호남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뉴욕한인회장을 맡은 1983년 미국에 망명 온 DJ를 돕기 시작한 이후 서거 때까지 보필해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불렸다. 그러나 최근 뉴욕한인회장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도왔던 전력이 다시 불거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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