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진단 차이가 빚은 대북 정책 논란
지혜 모아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막아야
미래 안전 위해 현재의 안일 덜 각오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가 심상찮다. 남북 협력의 마지막 상징이 사라짐에 따라 남북은 일방적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3월의 키리졸브(KR)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거 한반도에 모여들어 북에 심리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 논의를 둘러싼 한중ㆍ미중 간의 신경전이 아슬아슬하다.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멀리 있어 보이던 안보위기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변질, 어지간한 강심장도 뒤흔들고 있다. 모든 게 정부의 ‘돌연한’ 결정에서 비롯했다는, 잇따르는 비판론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감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국민 가슴을 짓누른 안보위기의 원천일 수는 없다. 북한의 1월6일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이라는 일대사건을 벌써 잊었다면 모를까. 여러 차례 거듭된 북의 핵ㆍ미사일 발사 실험이 무어 그리 대수겠느냐고 무시한다면 또 몰라도.
민주사회에서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생명ㆍ재산과 직결된 안보 분야에서라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마련이다. 다만 검토 가능한 정책 대안의 폭이 클수록, 정책의 선택지가 다양할수록 비판 가능성이 커진다. 불행히도 북이 던진 핵ㆍ미사일 위기에 대응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었다.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그 동안의 숱한 비난과 비판 어디에서도 다른 정책 수단은 일절 거론된 바 없다. 대북 압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나 개성공단 중단 이후의 사태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따지는 물음도 헛되다. 유일한 정책수단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상황의 강제에 의해 꺼내 쓴 마당이라고 보는 게 낫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아이가 뛰다가 넘어져 돌부리에 이마를 부딪쳐 피를 흘리고 있다고 치자. 하얗게 얼굴이 질려 발을 동동 구르는 가슴 따뜻한 엄마보다는 곧바로 아이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달리는 냉정한 아빠가 필요한 시점이다. 왜 뛰어 놀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마당 곳곳의 위험요소를 간과했는지를 둘러싼 부부싸움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1월7일자 본란의 ‘북핵의 진정한 의도’에서도 밝혔듯,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 집착은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 궁극적으로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파(增派)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은 북이 최종 목표 실현 단계에 근접했음을 확인시켰다.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은 물론이고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이나 이동식 ICBM 발사대 개발 등 핵 보유국에 걸맞은 다양한 핵 능력의 완비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핵무기를 배치한 북의 군사도발에 대한 효과적 응징이 제약되는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사실상 최종 안보 자산인 미군의 증파마저 불확실하다면 북의 선의에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대야 한다.
적잖은 국민이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여전히 느긋하다. 무기체계의 특성상 남을 겨냥한게 아니리란 짐작 때문이다. 다연장로켓포나 특수부대 전력 등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분명하게 입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최근 일련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근저에도 그런 인식이 깔렸을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밝혔듯, 가까운 미래에 미국을 곧장 겨눌 북의 핵미사일은 사실상 에둘러 우리를 겨누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북의 위협에 대한 첫 대응이 개성공단 중단이라고 본다. 솔직히 실질적 효과는 미심쩍고, 추가적 압박 카드도 당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한껏 끌어올리고, 일신의 안일을 포기하더라도 북의 도발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결연한 국민적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것만도 현재로서는 가장 훌륭한 대북 안보 수단이다. 정파와 진영을 넘어 자신과 후손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지혜와 의지를 짜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