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교직원에게 강제대출을 받게 해 돈을 빌리고, 명절 떡값까지 요구한 대전 예지중ㆍ고 박규선 교장을 해임하고, 함께 근무하는 아들을 중징계 처분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예지중ㆍ고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처분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우선 박 교장과 그의 아들, 전 행정실장을 중징계 처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박 교장의 아들은 예지중ㆍ고 징계위원회의 심의 결정 후 이사회 심의 뒤 처분을 받는다. 중징계는 정직ㆍ강등ㆍ해임ㆍ파면의 범위에서 이뤄진다. 또 이 학교 전직 교장과 현재 근무 중인 A교사는 견책이나 감동 등 경징계 처분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통해 교장의 갑질 행태를 확인했다. 교장이 교직원들에게 인건비 보전 과 자기성장비 명목으로 자금을 요구하는 등 부적정한 경영을 했다고 판단했다. 운용소득 가운데 70% 이상을 재단 목적사업비(장학금 지급 등)로 미편성 및 미집행한 사실도 파악했다. 또 인사규정을 지난해 11월 30일 제정하면서 정년 기준이 초과해 당연 퇴직 대상인 현 교장이 계속 근무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밖에 교비지출과 세무업무 처리, 교직원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환급 업무도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교직원은 아예 근로계약 체결도 없이 근무했다. 교사들의 교원자격증 사본을 해당 교사들의 동의 없이 은행에 제출하는 등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하고, 공금 관리도 허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시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대해 떡값 요구와 수수 문제가 누락되는 등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지중ㆍ고 한 재학생은 “교장이 교사들에게 강제로 대출받게 해 받은 돈의 사용 여부, 학교 기금의 사용 출처 확인 등 빠진 게 너무 많다”며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는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장은 이날 오전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재단 이사장과 이사, 교장 등 경영 일선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깊은 사과를 한다면서 “새로운 학교장을 중심으로 재학생과 교직원, 동창회가 협의해 자율 경영체제로 학교가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 등이 참여한 학교정상화추진위는 “학교 정상화의 출발은 박 교장을 포함한 이사진(7명)의 전면 교체”라고 주장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 이사진은 대부분 박 교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린 것이어서 모두 교체하지 않으면 박 교장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이사에 동문의 당연직 이사 참여 등 이사진 개편을 비롯해 효과적인 학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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