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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허먼 “저도 후원사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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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허먼 “저도 후원사가 생겼어요”

입력
2016.02.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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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막한 2016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최고령 출전자 미국의 케리 허먼(왼족에서 두번째). 케리 허먼 제공
18일 개막한 2016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최고령 출전자 미국의 케리 허먼(왼족에서 두번째). 케리 허먼 제공

“이제 저도 후원사가 생겼어요.”

강원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18일 개막한 2016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여자 예선전이 끝난 직후 12번의 번호표를 가슴에 단 백인 선수가 밝은 미소와 함께 한국말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남녀 통틀어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자 미국의 케리 허먼이다. 1982년생인 허먼은 올해 한국 나이로 35세다. 이번 대회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한 선수 대부분이 90년대생이고 최연소인 한국의 임태양이 2000년 생인 것을 감안하면 허먼은 거의 엄마뻘이다.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뒤따를 법도 했지만 그는 예선전을 마친 뒤에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부렸다. 허만이 기록한 성적은 69.90점으로 24명 중 9위다. 6위까지만 결선에 진출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경기 후에도 그는 내내 싱글벙글 웃으며 참가 자체를 즐겼다. 그에게 나이에 대해 질문을 하려고 하자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또다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원래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꿨던 허먼은 21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스키를 접했다고 한다. 허먼은 “스키를 타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좋다”며 “몸 상태도 아직 얼마든지 스키를 하기에 무리가 없고 무엇보다 마음이 젊고 건강하다”고 30대 중반에도 ‘스키 곡예’를 펼칠 수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했던 허먼은 당시 ‘헝그리 올림피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미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낡은 부츠에 브랜드가 다른 상ㆍ하의를 입고 경기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 허먼이 입은 바지는 같은 대표팀 선수의 옷을 빌린 것이었다.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총 출동하는 올림픽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허먼은 “스폰서를 구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만난 허먼은 에너지음료 업체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복장으로 경기에 나섰다. 허먼은 “후원을 받기 위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아니다”면서 “스키를 정말 사랑해서 이 자리까지 왔고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허먼은 보광 휘닉스파크 코스에 대해 “아주 재미있고 도전적인 구간이 많이 설치됐다”라며 “평창에 처음 왔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얼굴에 계속 미소를 머금었다.

평창=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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