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스럽죠.”
‘옛 생각’을 잠시 하던 삼성 최형우(33)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전해졌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이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선수 최형우의 입지는 불안했다. 2002년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5년 방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을 거쳐 2008년 삼성에 재입단했고, 그 해 신인왕을 차지해 성공신화를 열었다.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의 ‘과거’다. 매년 큰 부상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그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크다. 18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형우는 “중심타자로서 30홈런 100타점은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3홈런-123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FA에 대해서는 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내가 내 능력치를 알지만 갑자기 말도 안되게 올해 50개의 홈런을 친다고 해서 내 가치가 확 오르는 게 아니다. 반대로 홈런을 10개 밖에 못 쳤다고 해서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할 것만, 30홈런 100타점을 하면 될 것 같다. 나중 일은 나중에 결정 되는 거고.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4번 타자로 뛰면서 큰 부상 없이 매년 많은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 시즌도 144경기를 모두 나왔다.
“햄스트링도 올라오고, 발을 딛기 힘들 정도로 아플 때도 있다. 사람인데 왜 안 아프겠나.(웃음) 하지만 항상 어디가 부러지지 않은 이상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마음이다. 웬만큼 아픈 건 그냥 참고 하는 거다.”
-최형우에게 30홈런 100타점은 ‘당연한’ 성적이 됐다.
“30홈런 100타점이 기본이라고 해도, 그 기본을 따라가고 싶다. 어마어마한 걸 탐내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틀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다.”
-올해 삼성의 외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외야는 자신 있다. 수비 자신감은 100%다. 방망이 칠 때보다 수비가 더 재미있다. 홈런 칠 때 손 맛보다 수비를 할 때 따라가던 공을 마지막에 잡아 낼 때의 희열이 더 크다.”
-방출과 재입단 등 시련을 겪던 때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자리가 특별할 것 같다.
“대견스럽다. 예전에는 인터뷰를 하면서 ‘최형우를 기억해 달라’고 했다.(웃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내가 지금 ‘잘났다, 최고다’가 아니라 여기까지 왔다는 게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더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평균치를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30홈런 100타점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주변에서도, 나도 (계속하다 보니)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심타자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삼성은 예년과 달리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을 낮게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선수들끼리는 약해졌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하고 있다.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빠진 자리에도 누가 튀어나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타자들은 다 잘 친다. 우리를 아예 낮게 보는 게 오히려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키나와=글ㆍ사진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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