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강화 등 영향
지난주 대비 ‘-0.01%’ 기록
재건축 위축된 강남 하락폭 더 커
올해 청약 끝낸 사업장 절반 미달
미분양 우려 지역에 보증심사 강화
“물량 과잉공급에 침체 길어질 수도”
전국 아파트 값이 1년8개월, 정확히 86주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달 초 지방 아파트 값이 내리막으로 돌아선 뒤, 이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하락세가 확대된 것이다. 물량 과잉공급 우려에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부터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강화된 게 직격탄이 됐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변수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이번주(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이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작년 12월 마지막 주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6주간 보합세를 이어오다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주간 단위 전국 아파트가격이 떨어진 것은 2014년 6월23일 이후 86주 만이다. 수도권, 지방 모두 마이너스(-0.01%)를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말 대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각종 부동산 지표들은 급속히 냉각된 상태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1월 전국 주택가격은 0.11% 상승했지만 전달(0.32%)보다 상승폭이 0.21%포인트 둔화됐고, 올해 12일 현재 1ㆍ2순위 청약을 끝낸 총 32개 사업장 중 절반에 가까운 15곳이 순위 내에서 공급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미분양 우려 지역의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 거래마저 확연히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2365건으로, 1년 전 거래량(7만9,320건)에 비해 21.4% 감소했다. 이달 1일부터 대출규제에 들어간 서울지역 아파트의 지난달 거래량(5,504건)도 전달 대비 33.9%, 작년 같은 달 대비 19.4%가 각각 줄었다. 특히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서울 강남권은 사정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주 감정원 조사에서도 강남구(-0.07%)와 서초구(-0.03%)는 매매가격 하락폭이 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잇따른 부동산 시장 악재로 강남지역에 대한 재건축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매매가격 또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반기 내내 부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3, 4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봐야겠지만, 대출규제에 따른 내성이 시장에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공급과잉 우려에 경기둔화, 금융시장 변동 등을 감안하면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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