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본적 없는 매우 색다른 코스다. 소치 올림픽 때보다 코스가 어려운 편이지만 많은 특징이 있어 재미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 다라 하웰(22ㆍ캐나다)이 18일 강원 평창군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6년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여자 예선 후 코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대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다.
경기장이 3개월 만에 완성됐다는 말에 하웰은 “정말이냐? 놀랍다. 기적이다”를 연신 쏟아냈다. 하웰의 말처럼 직접 둘러본 보광 스노경기장은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3개월 만에 만든 경기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정비돼 있었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슬로프스타일 코스에는 체조 평균대를 연상시키는 3개의 긴 레일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대형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각종 장애물이 설치됐다. 3개의 점프 코스는 절벽을 연상시킬 만큼 급격한 경사도를 보여 아찔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점프 코스에는 월드컵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곡선형 구간도 마련됐다. 이날 펼쳐진 예선전에서도 상위 랭크 일부 선수들만이 곡선형 점프구간에 도전했을 정도로 점프 연기가 점수에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FIS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낸 리사 짐머만(20ㆍ독일)은 이날 결선 진출에 실패한 후 “코스가 잘 만들어졌지만 독특해 어려웠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당초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보광휘닉스파크의 기존 경기장을 보완해 올림픽을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현지 실사를 한 FIS가 코스를 신설하고 규모를 확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 7월에야 부랴부랴 건설에 뛰어들었다. 이번 테스트 이벤트 개최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조직위는 장비를 대대적으로 투입해 지난해 11월 초 슬로프 조성 및 제설 시스템 등의 시운전을 마쳤다. 수용 인원은 1만8,000명으로 좌석 1만200석, 입석 7,800석 규모다. FIS는 지난해 11월 현장 점검을 하면서 “2014 소치는 3년 이상 걸렸는데 한국은 3개월 만에 만들어냈다”고 놀라워했다.
올림픽 코스 규격은 표고차 최소 150m, 슬로프 경사 12도, 코스 너비 최소 30m다. 보광은 표고차 164m, 경사 16도, 너비 40m로 표준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코스 설계에 참여한 독일의 로베르토 모레시 FIS 디렉터는 “평창 슬로프스타일 코스는 매우 창의적이고, 최근 몇 년간 FIS가 대회를 치른 다른 코스와 다르다”면서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장애물 옵션이 많은 게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24일부터 경기가 펼쳐지는 스키ㆍ스노보드 크로스 코스는 국내 보드족이나 스키어들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크로스 코스는 4~6명이 1개 조로 출발해서 뱅크ㆍ롤러ㆍ스파인 등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된 코스에서 경주하는 경기다. 올림픽이 열릴 수 있는 슬로프 규격은 표고차 130~250m, 길이는 1,050m, 평균 경사도 12도, 슬로프폭 40m 등을 충족해야 한다. 휘닉스파크에 조성된 크로스 코스는 올림픽 규격 최고 수준인 길이가 1,275m, 표고차 250m다. 중급코스 이상 수준의 일반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한편 이날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여자 예선에서는 세계 랭킹 1위 티릴 크리스티안센(노르웨이)이 90.40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미국 입양아 출신 한국 국가대표 이미현(22)은 전날 훈련 도중 발뒤꿈치에 타박상을 입어 출전하지 못했다.
남자부에서는 92.00점을 받은 스웨덴의 예스퍼 차데르가 1위를 차지하는 등 10명이 결선에 올랐다.
평창=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