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태국)푸껫도 모자라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우리가 해냈다. 그렇지 않니?”
맏형 정봉(안재홍)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로 두 달 여간 동고동락한 ‘쌍문동 동생’들을 지긋이 바라봤다. 나이에 비해 의젓했던 선우(고경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국민적 호감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프리카까지 간다는 말을 듣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종영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이 기나긴 여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 태국 푸껫에서 프로그램 인기에 따른 휴가를 즐겼던 안재홍과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은 한국 땅을 다시 밟기도 전에 곧장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 있는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향했다. ‘쌍문동 4인방’은 미리 현지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tvN 여행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제작진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이번에도 범인(?)은 나영석 tvN PD였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나 PD는 “‘응팔’ 1회를 보고 신원호 PD에게 전화를 걸어 이 친구들을 아프리카에 데려가야겠다고 전했다”며 “몸값이 비싸지기 전에 미리 섭외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움직였다”고 웃었다. 그는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동생들 같은 풋풋함이 마음에 들었다”며 이들을 섭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나 PD의 전매특허인 ‘고생길’ 컨셉트는 여전했다. 4인방은 호텔 대신 텐트를 치고 후줄근한 티셔츠 한 장을 걸친 채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를 향한 10일 간의 종단여행에 나섰다.
그래도 험하디 험한 여행지에서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꽤나 순조로운 여행을 즐겼다고 4인방은 밝혔다. 평소 전문여행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행을 즐긴다는 류준열은 운전과 의사소통을 담당했다. 그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아프리카도 사람 사는 곳이다. 기본 영어만 할 줄 알아도 밥 나오고 집 나오고 비행기 나온다”며 ‘응팔’ 속 까칠한 정환이답게 담담하게 답을 내놨다.
우유 빛 피부를 자랑하다 4인방 중 가장 까무잡잡한 얼굴로 돌아온 박보검은 운전으로 고생하는 류준열을 돕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피곤한 형들을 위해 핸들을 잡았는데 3초 만에 후진하다 벽에 충돌했다”며 “역할 분담하려다 걸림돌 역할만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동생들을 다독이는 리더 역할을 했을 법한 안재홍은 “막내 보검이한테 끌려 다닐 정도로 동생들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며 “그나마 가져간 냄비 하나로 모든 요리를 담당했는데 요리랄 것도 없는 그냥 식사 정도였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안재홍은 실제로는 ‘집 밖 봉선생’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현지 재료를 이용한 맛깔진 요리를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응팔’ 촬영 내내 외로웠다는 박보검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게 많단다. 그는 “(‘응팔’ 속 프로바둑기사인)택이는 대국을 나가거나 약을 먹거나 잠을 자는 장면 밖에 없어서 형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며 “저도 같이 학교도 다니고 싶고 ‘브라질 떡볶이’도 먹고 싶었는데 아프리카에서 형들과 원 없이 어울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 아프리카에서도 ‘감사 천사’로 불렸다는 그는 “‘감사하다’가 4인방의 구호가 될 정도였다”며 “막내라고 챙겨준 형들에게도, 이 여행을 기획해준 제작진에게도 감사하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여행에 또 데려가고 싶은 멤버를 묻자 나 PD는 주저 없이 안재홍을 꼽았다. “여행에 정말 유용한 친구예요. 밥 하라면 밥을 하고, 먹자고 하면 먹고. 또 자기가 한 밥을 제일 많이 먹고요. 적응력이 정말 대단하던데요(웃음).”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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