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걱정하던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17일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3경기 연속 무실세트로 14연승(시즌 24승8패 승점 69)을 달성했다. 21일 5위 한국전력(13승18패 승점 43)과 25일 2위 OK저축은행(21승11패 승점 66)만 잡으면 2005~06시즌(15연승)을 넘는 창단 첫 16연승과 함께 사실상의 자력 역전 우승 확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최 감독이 말한 “때가 왔는데 해야 된다”던 바로 그 시점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아직 배가 고프다. 14연승의 기쁨도 잠시, KB손해보험전 후 “이겼지만 생각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그 이유로 “연결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경기 연속 작전 타임 없이 경기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선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없었고 의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세터 노재욱(24)에 대한 칭찬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고질적인 허리부상 속에 본인 스스로가 철저히 관리해왔다”며“그 동안 잘 견뎌내고 맹훈련을 소화했던 결과가 이제야 나오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다만 걱정되는 건 팀이 잘 나갈 때 세터가 방심하면 크게 무너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에서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된 프로 2년차 노재욱은 팀 14연승의 주역 중 하나다. 노재욱이 주는 다양한 토스 패턴 속에 오레올과 문성민이 공격은 물론 블로킹까지 섞어 점수를 챙기는 빈도가 늘고 있다. 최민호와 박주형도 속공과 퀵오픈 공격으로 힘을 더했다.
이런 노재욱의 급성장은 최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해 4월 만년후보 노재욱을 데려와 1년도 채 안 돼 주전 세터로 길렀다. 세터로서 장신(191cm)인 노재욱의 토스가 정확도에 비해 빠르다는 점을 주목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피드 배구는 공격수 1명에게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 득점하는 것과 달리 모든 선수가 공격태세에 들어가고 세터가 공격수를 선택해 볼을 올려주는 전술이다. 이 경우 상대가 수비 진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어 스피드 배구라고 일컬어진다.
현대캐피탈이 블로킹 득점(322점)과 속공 성공률(61.08%) 1위 및 퀵오픈 성공(489) 2위 등의 고른 성적을 올리고 있는 건 그만큼 스피드 배구가 시즌 내내 잘 됐다는 방증이다. 그 중심에 세터 노재욱이 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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