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갑내기 사촌을 만났다. 큰고모의 딸. 성인이 되어서는 얼굴 본 적 몇 번 안 된다. 안부 끝에 사촌이 딸 사진을 보여줬다. 대학교 2학년, 꽤 예쁜 얼굴이었다. 자기랑 닮지 않았느냐며 집요하게 물었다. 동의할 만한 구석은 없었으나 골상은 아니어도 그나마 이목구비가 닮았다고 대답했다. 사촌이 20대 땐 딸만큼 예쁘지 않았다고 속으로 생각하긴 했다. 사촌의 입귀가 찢어졌다. 딱히 말치레는 아니었다. 살짝 들린 코와 크고 매운 눈빛을 계속 보다 보니 사촌의 어릴 때 음영이 언뜻 스쳐 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대개 형태나 윤곽 등에서 닮은 점을 꼽곤 하지만, 내 관점은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첫눈엔 딴판인 모습이었더라도 자꾸 들여다보고 얘기도 나눠보면 숨어있는 얼굴이 나타나 실제 형태와는 다른 꼴로 보이는 걸 자주 경험했던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누구와 누가 닮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 눈이 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꾸 시선이 닿고 속을 알게 되면 실제 모양이 외려 편견일 수도 있다는 믿음엔 변함없다. 사랑할 땐 더 그렇다. 전혀 다른 모양으로 다가왔다가 서로의 배면을 드러내면서 밑바닥부터 닮아가곤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애인에게 내 20대 때 사진을 보여줬다. 닮아 보여 그런 건데 가타부타 아직 말이 없다. 기분 나빴었니?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