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시민들이 낸 하수도 요금을 빼내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인 빛 축제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수처리 등 정해진 용도 외에는 쓸 수 없는 돈으로 이 시장의 생색을 낸 셈이다.
17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4년과 지난해 11월 지역 상인회 등이 연 한 빛 축제에 매년 5,500만씩 모두 1억1,000만원을 지원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사 주최 측에 이 시장이 예산을 주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돈은 엉뚱하게도 하수도 요금 징수액 등으로 조성된 ‘하수도특별회계(연간 600여억 원 규모ㆍ이하 특별회계)’에서 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지방선거 직후 지원금을 마련하기 어렵자 이런 편법을 쓴 것이다.
특별회계를 공공하수도에 관한 것에만 쓰도록 한 하수도법이나 하수처리장 주변지역 주민에게 현금ㆍ현물 지원을 금지한 ‘성남시 환경기초시설 등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조례(2009년 제정)’, 지방재정법 등을 어긴 것이라는 게 경기도의 판단이다.
특히 시는 이 과정에서 2012년 이후 한차례도 열지 않던 주민지원 관련 심의위원회를 소집하고 임기(2년)가 끝난 일부 위원도 뒤늦게 재 위촉해 축제 지원금을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주민지원 사업 심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는 등 위원회를 부실하게 운영해오던 시가 이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선 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위원회는 시청 공무원 8명과 시의원, 교수, 변호사 등 14명으로 꾸려져 있다.
특별회계를 멋대로 써온 시는 지난해 10월 하수도요금을 무려 45%나 올렸다. 2013년 기준 하수처리 1톤당 평균원가가 555원인데 비해 하수도 사용료는 317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이 57%에 불과해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 3명을 훈계 처분했다”며 “올해부터는 특별회계에서 쓰지 않고 지원금을 별도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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