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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도 멀더냐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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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도 멀더냐 물어요”

입력
2016.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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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부활한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 다시 멀더와 스컬리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이규화(왼쪽)씨와 서혜정(오른쪽)씨.
14년 만에 부활한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에서 다시 멀더와 스컬리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이규화(왼쪽)씨와 서혜정(오른쪽)씨.

성우 이규화(61)씨는 술을 마신 뒤 택시도 함부로 못 탄다. TV에 얼굴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봐 농담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다. 이씨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KBS에서 전파를 탄 인기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 시즌1~9에서 무려 8년 동안 주인공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는 “언젠가 여의도에서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 동석한 친구와 짓궂은 농담을 했는데 택시 기사가 멀더 아니냐고 묻더라”며 “너무 창피해 아니라고 딱 잡아 뗀 뒤 중간에 내린 적이 있다”며 웃었다.

이씨는 ‘엑스 파일’ 시즌9가 끝난 뒤 14년이 흐른 지난달 극 중 스컬리(질리언 앤더슨)의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서혜정(54)씨와 다시 만났다. 미국 폭스TV에서 지난달 24일 첫 방송된 ‘엑스 파일’ 시즌10을 국내 케이블채널 캐치온에서 같은 달 29일부터 내보내면서, 두 사람이 다시 마이크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두 성우는 “녹음실에서 흑백 영상으로 멀더와 스컬리를 14년 만에 다시 보는데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입을 모아 ‘엑스 파일’의 부활을 감격스러워했다. 서씨는 “스컬리는 14년 전과 비슷해 놀랐고, 소년 같던 멀더는 이제 중후함이 느껴져 신기했다”고 재회의 소감을 들려줬다. 미국 FBI 요원들이 의문의 미해결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엑스 파일’은 1990년대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에서 연합 동호회(엑스필)가 만들어질 정도로 미국 드라마 열풍을 선도했던 작품이다. 이씨와 서씨에게도 ‘엑스 파일’은 “삶의 일부와 같은” 각별한 작품이다.

‘엑스 파일’ 시즌10으로의 몰입을 위해 두 사람은 극중 목소리 연기를 하는 캐릭터처럼 스타일도 바꿨다. 서씨는 첫 녹음을 앞두고 길었던 머리카락을 지난달 스컬리처럼 단발로 잘랐다. 이씨는 시즌10 첫 회에 멀더가 수염을 텁수룩하게 나온 걸 미리 알고 수염을 길러 1회 더빙을 한 뒤, 2회부터는 멀더가 수염을 자르고 나오자 자신의 수염도 깎았다. 이를 두고 서씨는 “배우처럼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에 좀 더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라며 “남성들이 군복만 입으면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처럼 성우들도 자연스러운 목소리 연기를 위해 캐릭터와 비슷한 옷 등을 입고 녹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성대가 약해 멀더 목소리 연기를 했던 8년 동안 조금이라도 감기기운이 있으면 여름에도 목에 수건을 감고 잤다”는 옛 얘기도 털어놨다.

이씨와 서씨는 1982년 KBS 성우 공채 17기 동기로, 1990년대 외국 드라마 및 영화 우리말 더빙 시장의 마지막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들어 외화 더빙 시장이 크게 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외국 작품의 우리말 더빙은 국어 육성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작품에 목소리로 신뢰를 주는 이들이 바로 성우”라며 다큐멘터리에서 내레이션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글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 주인공인 데이비드 듀코브니(멀더)와 질리언 앤더슨(스컬리)도 2002년 시즌9가 끝난 뒤 지난달 시즌10가 재개되면서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캐치온 제공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 주인공인 데이비드 듀코브니(멀더)와 질리언 앤더슨(스컬리)도 2002년 시즌9가 끝난 뒤 지난달 시즌10가 재개되면서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캐치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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