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진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대응 책임을 물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인 문책과 개편을 요구했다. 또 총선을 겨냥해 현 정부 경제실정론도 부각시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30장 분량 연설문의 절반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먼저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서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대응을 보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도운 청와대 비서진과 국내외적 논란만 유발한 통일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전날 국회연설과 관련해서도 “개성공단의 전격 폐쇄 조치가 단순히 돈줄을 죄기 위한 것이라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며 “대통령 스스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에서 승리해 개성공단 폐쇄의 진상을 조사하고 나아가 개성공단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연설 절반은 경제로 채워졌다. ‘경제’란 단어도 59차례나 언급됐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가 없이는 안보가 없다. 안보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면, 그 안보의 가치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제기하며 경제적 손실을 우려했다. 안보이슈를 경제이슈로 전환, 총선에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정부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서두에서 지난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날짜를 8월 25일이 아닌 같은 달 24일이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남북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날인 25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공교롭게도 북한은 이날이 선군절이라는 이유로 전날인 24일을 합의날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 측은“단순한 실수일 뿐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책임전가와 편가르기 일색인 ‘파탄의 연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내민 통합과 화합의 손을 무참히 걷어찬 파탄의 연설, 국가 위기 극복 의지보다 총선 승리 의지만 다진 연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비서진과 관계당국 수장을 문책하는 게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느냐”며 이 원내대표의 외교안보라인 경질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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