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자전거로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했다. 주인공은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4학년 박하늘(25)씨.
박씨는 최근 시베리아 횡단 여행기를 담은 18분짜리 동영상(Cross the Siberia by Bicycle & Hitchihiking)을 제작, 유트브에 올렸다. 러시아어와 영어 두 버전으로 된 동영상은 박씨가 자전거로 유라시아를 횡단해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에 다다른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노어노문학을 복수전공하는 박씨는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 탈린대학교의 어학연수 교환학생으로 선발됐다.
러시아어를 배우러 가는 길에 그는 러시아 사람들과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생각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기로 한 그는 여행 일정을 짜고 자신만의 여행 지도도 만들었다. 아들의 겁 없는 도전에 어머니(50)는 여행 지도에 ‘하늘이의 이상을 위하여’라는 글귀를 써주며 응원해주셨다.
6월 28일 박씨는 평소 타고 다니던 중고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출발 당시 그에겐 용돈을 아껴 마련한 100만원과 카메라, 하모니카, 텐트와 침낭이 전부였다.
그는 강원도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배로 이동한 뒤 모스크바쪽을 향해 하염없이 자전거 페달을 내밟았다.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히치하이킹도 병행했다. 한국을 떠난 지 61일 만인 8월 27일 드디어 그는 목적지인 에스토니아 탈린에 도착했다. 박씨가 두 달 동안 이동한 거리는 총 7,232km. 이 가운데 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4,153km에 이른다. 보통 하루에 100km가량을 이동했는데, 한 번은 12시간 동안 170km를 달린 적도 있다.
잠은 주로 현지인 가정에서 신세를 졌다. 여행자에게 무료 숙박 정보를 제공하는 ‘카우칭 서핑’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처음에는 텐트를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위험할 수 있다”는 현지 주민의 충고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져간 텐트는 여행 3일 째 만난 러시아인에게 선물로 줬다.
박씨는 “여행도중 만난 러시아인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친절했다”고 전했다. “여행자에 숙박을 무료 제공하는 러시아 체르니의 한 가정에 밤 11시가 다 돼서 도착했는데 그 때까지 식사를 준비해놓고 기다려준 알렉산더ㆍ마리아 부부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알렉산더 부부가 지인에게 연락해 체르니 TV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지요”
한 학기의 교환학생 코스를 마치고 지난 6일 귀국한 박씨는 러시아 여행담을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선물로 보내기 위해서다.
도시공학도인 박씨는 전공을 살려 광활한 러시아 지역에 진출해 첨단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러시아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 자전거 여행 이후 모든 일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졸업후 러시아 접경지 도시개발에 참여해 경험을 쌓은 뒤 세계적인 도시계획 회사를 차려 운영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펼쳤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