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일부 지분을 글로벌 3위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ㆍ금융 중심으로 그룹 사업을 재편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일기획은 17일 최근 해외 매각 추진설에 대해 “주요 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지분 매각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이날 오전 삼성그룹 사장단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해외 매각 추진설은 외신 등에서) 계속 나왔던 얘기”라며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매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현재 제일기획 지분 28%를 보유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제일기획 자체를 매각하거나 일부 지분을 퍼블리시스에 넘기는 방안, 그리고 퍼블리시스가 삼성과 똑 같은 지분만큼 사들여 공동경영 하는 방안 등을 점치고 있다.
다만 회사 자체를 매각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일기획 산하에 삼성라이온즈, 수원삼성블루윙스 등 5개 스포츠단이 있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기획은 국내 광고업계 1위, 세계 순위는 15위권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는다. 전체 매출의 65%, 해외 매출 중 75%를 대형 광고주인 삼성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유럽ㆍ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퍼블리시스는 아시아에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제일기획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제일기획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본사 사옥 인근 별관 토지와 건물을 삼성물산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무수익 자산 처분으로 향후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다”라며 “이전부터 검토해오던 사안으로 오늘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날 제일기획 주가는 매각설까지 겹치면서 11.08% 급락한 1만7,650원에 마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