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느냐 죽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이 다시 쓴다면 어떨까. 초소에 나타난 부왕의 망령이 사실 왕비 게르트루드가 흑마술사를 고용해 만들어낸 환영이라면! 게르트루드는 고뇌하는 아들 햄릿을 이용해 남편의 복수를 꿈꾸는 여자로, 미친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오필리어는 왕비의 복수극을 완성시키기 위해 아버지의 죽음도 불사하는 충신으로 둔갑할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오마주 소설과 시, 공연, 영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먼저 주목할 것은 유명 작가들의 셰익스피어 오마주 프로젝트. 영국 출판사 호가스 랜덤하우스가 진행 중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에는 재닛 윈터슨이 ‘겨울 이야기’를, 하워드 제이콥슨이‘베니스의 상인’을, 퓰리처상 수상자 앤 타일러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추리작가 요네스 뵈가 ‘맥베스’를, 마거릿 애트우드가 ‘템페스트’를 각각 재해석한 소설들이 실린다. 길리언 플린의 ‘햄릿’은 아쉽게도 2020년이 돼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4월과 6월, 10월 현대문학을 통해 출간된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장기프로젝트라 영국에서도 작가들을 섭외하는 과정”이라며 “지금까지 작가 7인이 확정됐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작가들의 오마주 프로젝트도 고려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영국문화원은 ‘셰익스피어 라이브’라는 이름 하에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영화, 무용, 강연, 전시, 온라인 강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화 분야에서는 영국영화협회와 함께 셰익스피어 원작의 영국 영화 20여 편을 선정, 극장과 영화제 등에서 상영한다.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부터 랄프 파인트 감독 주연의 ‘코리올라누스’(2011)까지 거장들의 작품이 엄선됐다. 영국 시 보관소에서는 11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셰익스피어 400주년 컬렉션’을 공개했다. 10년 간 영국 계관시인이었던 앤드류 모션을 비롯해 버나드 오도노휴, 미미 칼바티 등 영국 대표 시인 10인이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선택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 쓴 소네트를 직접 낭송했다. 영국 시 보관소 홈페이지(www.poetryarchive.org/content/shakespeare-400)에서 들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 영국의 시인, 웹툰 작가를 각 1명씩 초대해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현대물로 재탄생시키는 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이 밖에도 3월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폴 헤리티지 런던 퀸매리대학 교수의 무료 강연 ‘셰익스피어, 시대를 도발하다’가 열리고, 가을에는 영국의 촉망 받는 차세대 안무가 제임스 커즌스가 국내 예술가들과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를 현대 무용 작품으로 각색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자세한 일정과 참여 방법은 3월 말 영국문화원 홈페이지(https://www.britishcounci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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