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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래를 결정하는 세 가지 선택

입력
2016.02.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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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대한민국을 지향해야 하는가? 지향점이 정해져야 국가 개조의 방향도 알 수 있다. 우리의 국가 개조가 더딘 것은 그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탓이다. 초점을 좁혀, 어떤 시장경제를 지향할지부터 생각해 보자.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당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옳은가. 이 두 기준이 같은 답을 줄 경우 선택은 쉽다. 그러나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옳지 않다면? 예컨대 명문대 추첨 입학제가 제안되면 고3 수험생은 압도적으로 찬성할 게다. 그러나 옳아 보이진 않는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 가지 핵심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개인과 정부 관계. 지금처럼 세금 적게 내고 교육, 복지에서 국가 재정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세금 더 내고 정부 서비스를 더 받을 것인가? 지금 우리는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해 24.6%의 국민부담률을 보인다. 복지국가의 대표격인 덴마크는 50.9%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멕시코와 칠레만 우리보다 국민부담률이 낮다. 지금보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가 못 미더워 세금 더 내기 싫으면 지금의 복지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낮은 세금, 낮은 복지를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지는 판단키 어렵다.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과 기업 관계. 우리는 연공급(年功給)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역량과 성과에 의해 보수를 결정해야 하는가? 연공급에선 나이 들수록 임금이 생산성을 초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연공급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채용된 정규직도 일찍 내보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민의 평균 퇴직연령이 남성 53세, 여성 48세란다. 반면 근로자로서는 편한 점이 많다. 나이 들며 씀씀이가 커지는데 보수가 자동으로 올라 좋고 특히 경쟁부담을 피할 수 있어 좋다.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성장기의 기업도 연공급을 반겼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연공급은 생산성과 고용창출에 불리해졌고 조기퇴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연공급을 선택하고 있고 많은 노조가 목하 성과급제 저지 투쟁 중이다. 연공급이 아직도 옳은 선택인가?

셋째, 기업과 정부 관계. 지금처럼 기업지원과 규제가 넘치는 대한민국을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원과 규제를 크게 줄여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GDP의 5%가 넘는 정책금융에 각종 보조금, 조세감면 등 과도하게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퇴출될 기업마저 살려 주어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지경이다. 반면 정부는 각종 규제로 기업활동에 제약을 가한다. 지난해 정부는 티본 스테이크 판매를 ‘허용’했다. 그동안 안심과 등심 부위를 따로 팔아야지 이 둘이 붙어 있는 티본 스테이크는 허용되지 않았다. 한편 고급형 고속버스를 도입한다는데 그 발표를 버스회사가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했다. 장거리나 심야 운행에 한정한다는 제한도 있다. 민간의 창의는 무시되고 쇠고기든 고속버스든 금융이든 기업은 정부가 정해 준 상품을 팔아야 한다. 그 대신 정부는 기업이 망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이런 나라에선 활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기업은 규제받고 보호받는 데 익숙해 있으며 정부 역시 이 상황을 즐긴다. 당사자들의 이 선택이 옳은가?

우리의 선택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래 세대는 혹시 복지국가를 선택해 주길 원하지 않을까? 정규직 고용을 늘릴 성과급제를 바라지 않을까? 그리고 정부 덕 안 보더라도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선호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미래를 지금의 당사자끼리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며 건강한 국민이 당사자의 선택이 옳은가를 물어야 한다. 어린 세대의 눈이 기성세대를 지켜 보고 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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