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직 미국 대통령이 하루 간격으로 돌아가며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미ㆍ아세안 정상회의 폐막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모두 기후변화, 이민개혁 등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뒤 유독 트럼프를 거명하며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대통령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은 매우 심각한 직업”이라며 “TV 토크쇼나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며, 광고 판촉이나 마케팅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는 단지 다른 후보보다 말을 더 재미있게 할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비판한 적은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겨냥해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낙인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전날 “미국인의 좌절과 분노를 부채질하는 인물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듣고는 “국정을 망치고 우리를 후퇴시킨 인물이 나를 공격했다니 오히려 칭찬으로 들린다”고 맞받아쳤다. 또 자신이 2012년 대선에 나섰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이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화당 진영에서는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사이의 비난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트럼프는 크루즈 의원이 거짓광고와 거짓말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낙태에 찬성한 적이 있고, 총기소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크루즈 진영의 광고를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나는 실력 있는 변호사를 이미 고용한 상태”라며 “법적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즈 의원은 즉각 일축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누군가 당신의 실제 입장을 지적하는데, 계속 그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쳐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트럼프는 변덕스럽고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공격한 뒤, (공화당의 보수 이념에서 벗어났던) 트럼프의 과거 행적을 계속 끄집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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