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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체대, 38만원짜리 강제 오리엔테이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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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체대, 38만원짜리 강제 오리엔테이션 논란

입력
2016.0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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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숙박비·단체복 구입비에

예산 불투명성 질타하는 글 잇달아

"OT서 기합 받고 교가만 외운다"

학교·학생회 "영수증 공개" 진화 나서

경희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14일 체육대학 오리엔테이션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의혹의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쳐
경희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14일 체육대학 오리엔테이션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의혹의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쳐

경희대 체육대학 학생회가 교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비용으로 과도한 금액을 책정하고 참석을 강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박 4일 교내에서 진행되는 일정에 38만원을 받기로 하고, OT 불참자도 돈을 내야 한다거나 OT 불참 시 장학금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구까지 담는 바람에 비판이 커졌다. 예산 불투명성을 질타하는 글들이 잇따르자 학생회는 해명에 나섰고, 학교 측도 상황 파악에 분주해졌다.

사안의 발단은 14일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 페이지인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폭로 글. 자신을 올해 졸업하는 경희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체육대학 16학번 OT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듣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체대 OT는 학교(기숙사)에서 20일부터 3박4일간 이뤄지며 OT 참가 비용은 일반학생 38만원으로, 숙박비 9만4,000원, 행사비 2만원, 간식비 6,000원, 단체복 15만원, 학생비 11만원”이라고 공개한 뒤 학생회에 비용 책정 근거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또 OT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동일하게 OT비를 입금하라고 한 대목도 지적했다.

A씨 글에 이어 다른 글에선 숙박 비용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른 글은 “기숙사 1박 비용은 1만8,000원으로 3박 기준 5만4,000원인데, 책정된 9만4,000원과 비교해 4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며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요구했다.

경희대 학생들은 A씨의 글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숙박하는데 외부에서 숙박하는 타 단과대학보다 숙박비가 비싸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학생은 “장부를 공개한 뒤 문제가 있다면 관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체대 학생회는 구체적인 예산안을 경희대 인트라넷에 공개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학생회 측은 “9만4,000원은 숙박비가 아닌 숙식비로, 침구류 대여 및 식비가 포함된 가격”이라며 “불참자는 참가비를 제외한 단체복과 학생회비만 내면 된다”고 해명했다.

OT 비용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학생회는 16일 학생들에게 예산안을 공개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경희대 체육대학 학생회 제공
OT 비용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학생회는 16일 학생들에게 예산안을 공개하는 등 해명에 나섰다. 경희대 체육대학 학생회 제공

그러나 학생회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참가비 중 태권도과 공연비(행사비용)로 660만원이나 책정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예산안이 아닌 실제 영수증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체대 학생회의 ‘전력’을 문제 삼는 학생도 있었다. 한 재학생은 “2013년과 2014년 구매한 단체복 비용이 신입생들에게 거둔 금액보다 저렴했다고 들었다”며 “단체복 구매에 1인당 12만원씩을 거뒀지만 실제 가격은 1벌 당 9만2,000원이었고, 단체할인 가격은 7만7,000원이었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OT 참석을 강제하고, 기합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폭로도 잇따랐다. 한 학생은 “안내문에 ‘(OT는) 체육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로 향후 장학심사에도 반영되니 전원 참석해달라’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학생은 “(체대 OT는)38만원을 내고 기합을 받으며 체대 교가 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학교와 학생회는 영수증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를 시도했다. 체대 학생회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용문제 관련 논란은) OT 이후 영수증 내역을 공개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OT 참여 강제 주장’에 대해 “주요행사 참여도에 따라 장학생 선발 시 일부 점수를 반영해 주는 내규가 있지만, 지난해 기준 체육대학 5개학과 중 4개학과는 OT 점수를 행사점수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다만 골프산업학과만 학과 차원에서 (OT 점수를) 행사점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합문화가 남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학교 측에서는 기합과 관련해 파악한 것이 없다”며 “OT는 학과 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 기합만 받고 교가만 외운다는 것은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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