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빈민촌에서 태어나 프랑스 보통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가 문화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문화장관을 시켜준 프랑스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계 입양인인 플뢰르 펠르랭(42ㆍ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전 문화장관이 12일(현지시간)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펠르랭 전 장관은 11일 이뤄진 부분 개각으로 3년 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16세에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7세에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했으며,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 최고 명문학교들을 거쳤다. 펠르랭은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 직후 중소기업ㆍ디지털 경제장관에 임명되고 나서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문화부 장관에 올랐다. 3년 반 동안 3개 장관을 역임한 뒤 이번 개각에서 대통령 보좌관인 오드레 아줄래에게 문화장관 자리를 물려줬다. 그는 이번 개각에서 경질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갑작스럽게 내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펠르랭 전 장관은 퇴임 이후에도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자 트위터에 잇달아 글을 올리면서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이 개각 직전까지 경질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사와 인터뷰를 했다고 지적하자 펠르랭은 “너무나 세심하게 배려해줘 고맙다”고 비꼬았다. 또 한 누리꾼이 경질 소식에 펠르랭 전 장관이 충격으로 기절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자 “물론이다! 사람들이 내게 소금을 먹여서 헬리콥터로 병원에 이송했고 그곳에서 24시간 동안 혼수상태로 입원해 있었다”고 농담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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