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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훌쩍 가버리기 전에…겨울산ㆍ고갯길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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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훌쩍 가버리기 전에…겨울산ㆍ고갯길 트레킹

입력
2016.02.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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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 리에또 제공

그리 만만하게 물러날 겨울이 아니었다. 잠깐, 봄날 같은 온기로 정신을 현혹하더니 다시 칼바람 뿜어내며 수은주를 뚝 떨어뜨린다. 잘 됐다. 겨울, 이대로 보내기가 아쉽다면 한번 더 부여잡고 뒹군다. 겨울 산, 겨울 숲 트레킹이 괜찮다. 걸어보면 알게 된다. 속살 오롯이 보여주는 겨울산은 여느 계절보다 따뜻하고 친근하다는 것을, 또 숲 가로지르는 흙길이 융단보다 폭신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눈 내리면 봄꽃 못지 않게 고운 눈꽃까지 볼 수 있다. 서두른다.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할 풍경들이 저물고 있다.

● 가슴 탁 트이는 겨울 산행

멋진 풍광을 기대한다면 겨울 산 떠 올린다. 몇 곳 추려본다. 일단 강원도 태백산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겨울 명산이다. 지도에서 보면 태백산은 백두대간 중간쯤 있다. 사방에 1,000m 이상의 준봉들이다. 이러니 정상에 오르면 당당하고 장쾌한 준봉들의 자태에 마음 참 후련해진다. 조금 부지런 떨어 여명의 순간도 챙겨 본다. 첩첩 능선 배경으로 하늘이 붉고 푸르게 물드는 것이 어찌나 황홀하고 또 신비한지…. 보면 눈이 놀란다.

무엇보다 주목 군락지는 꼭 챙겨본다. 8분 능선쯤부터 시작되는데 태백산의 백미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가는 나무로 유명하다. 그만큼 자라는 속도 느리고 죽어서도 쉽게 썩어 사라지지 않는다. 태백산 정상부에 수령 200년 이상 된 주목들이 많다. 주목에 눈 덮이면 그야말로 그림이다. 겨울에 태백산 찾는 이들 대부분은 이것 보러 온다. 주로 유일사 입구에서 출발해 장군봉을 거쳐 천제단, 단종비각, 망경사를 지나 당골광장으로 내려온다. 4시간쯤 걸린다.

전북 덕유산도 겨울에 멋지다. 설천봉, 향적봉, 중봉을 잇는 능선이 백미다. 장쾌한 풍광은 기본, 여기에 주목과 철쭉, 구상나무 군락이 만들어내는 설경 또한 눈을 즐겁게 만든다. 가기가 쉬어 사람들 특히 많이 찾는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 곤돌라가 운행한다. 여기서 20분쯤 걸으면 향적봉이다. 산행 기분 만끽하고 싶다면 정상에서 구천동 계곡을 따라 백련사지나 삼공리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데 2~3시간 걸린다. 백련사 지나면서부터 사위 고요해지고 작은 소와 폭포도 나타난다. 경사도 판판해 걸으며 마음 살피기 참 좋다.

▲ 소백산. 리에또 제공

주목으로 이름 난 산 하나 더 있다.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의 경계에 있는 소백산이다. 주목 유명한 만큼 겨울 산행지로 인기 많다. 단양에서 영주로 넘어가는 죽령에서 출발해 소백산천문대를 지나 연화봉과 비로봉 능선을 따라가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 편도 약 3시간 거리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오르면 장쾌한 풍광에 눈이 놀란다. 넓은 주목 군락지의 황홀한 설경은 칼바람의 매서움도 잊게 만든다.

▲ 내소사 전나무숲길. 리에또 제공

눈 많이 내리는 전북 서해안에는 변산이 있다. 그 유명한 전나무숲길을 지나 천년고찰 내소사까지 걸어도 좋고, 내친 김에 산에 들어 직소폭포까지 다녀와도 좋다. 내변산탐장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까지 약 2km. 왕복 2시간쯤 잡고 쉬엄쉬엄 걸어본다. 모퉁이 돌아 높이 30m나 되는 폭포가 나타나면 그 웅장함에 눈이 번쩍 뜨인다. 물줄기 얼어붙어도 그 카리스마는 어디 가지 않는다.

이 외에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거쳐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코스도 겨울 산행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 문경새재. 리에또 제공

● 마을 살피며 걷는 겨울 옛길

겨울에 사위 고요한 옛길, 고갯길 걸으면 여느 계절보다 마음 참 차분해진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새재가 걷기 좋다. 문경 새재는 백두대간의 주흘산과 조령산 마루를 넘는 영남대로의 한 구간이다. 영남대로는 조선 태종 때 뚫려 500여년간 한양과 동래를 잇는 대동맥역할을 했다. 길이가 360km에 달하는데 새재는 당시 이 구간 중 가장 해발이 높고 험난한 고갯길로 꼽혔다. 새재 중 가장 높은 제3관문 조령관의 해발이 680m가 넘는다. 요즘 사람에게는 그리 험한 길이 아니다. 1관문에서 2관문까지는 대체로 길이 평탄하고 이후 3관문에 이르는 구간은 경사가 약간 급하지만 아이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 약 6.5km로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 상인들의 질곡 오롯이 길에 부려져 있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 눈꽃 트레킹은 동해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휴게소인 대관령 휴게소(832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까지 가기가 수월하다. 가다 보면 어릴 적 아련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양떼목장도 보인다. 반나절이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눈 내렸을 때 강원도 인제 기린면 진동 2리 설피마을 걷는 것도 재미있다. 그만큼 겨울에 설피를 준비해 놓고 신어야 할 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마을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 바닥에 덧대는, 칡, 노, 새끼 따위로 얽어서 만든 넓적한 신이 설피다. 겨울이면 마을 전체가 설피 체험장이 된다. 민박주인의 안내에 따라 여기저기서 설피를 신고 눈 위를 걷는 사람들 참 많다. 설피마을을 출발해 출발해 단목령, 조침령, 곰배령으로 오르는 세 가지 눈꽃 트레킹 코스가 인기다.

눈 내린 산에 오르거나 고갯길 트레킹에 나설 때는 주의할 점도 많다. 우선 날씨를 잘 살펴야 한다. 출발 전에 미리 일기예보를 점검한다. 등산복, 등산화, 방한모, 장갑, 아이젠 등의 장비는 반드시 준비하고 젖기 쉬운 양말과 장갑은 여벌의 것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급적 오후 4시 이전에 마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고 급격하게 기상이 변한다면 바로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곧 겨울이 간다. 아직 겨울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서둘러 길을 나선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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