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산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7,000여만원을 들여 집의 내부 인테리어를 싹 바꿨다. A씨는 "20년 가까이 산 아파트가 낡기도 했지만 최근 홈인테리어가 각광받으면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테리어에 변화를 줬다"며 "소품도 구입해 집안 분위기를 변화시켜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소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한 지인들과의 소통에 힘을 쏟고 있는 A씨는 홈인테리어 사진 몇 장의 게재만으로 팔로워들의 관심을 샀고 자신만의 센스가 돋보인 것 같아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A씨의 사례처럼 소비트렌드 중 하나인 '있어빌리티'가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있어빌리티는 '있다'와 능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 '어빌리티(ability)'를 결합한 신조어로, 있어보이게 하는 능력쯤으로 해석된다.
■ 있어빌리티, 홈인테리어 시장 휩쓸다

▲ 있어빌리티가 산업적으로 가장 잘 활용된 곳은 홈인테리어 시장이다. 집을 예쁘게 꾸미는 센스를 보여주는 방식의 일환으로 뜬 '홈인테리어' '홈드레싱' 등이 시장에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있어빌리티가 산업적으로 가장 잘 활용된 곳이 바로 홈인테리어 시장이다.
집을 예쁘게 꾸미는 센스를 보여주는 방식의 일환으로 뜬 '홈인테리어' '홈드레싱' 등이 시장에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집에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성을 반영하려 하고 최근 홈인테리어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 음식과 요리에 초점을 맞춘 '먹방' 못지않게 집 공간을 다루는 '집방'이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소재로 떠오른 것이 그 이유다.
이렇게 홈인테리어가 대중화되면서 집안 전체를 바꾸는 대신 작은 소품만으로 집안 분위기 전환이 가능한 '홈드레싱'도 인기다.
인테리어 소품 하나에 힘을 주어 그럴싸해 보임을 얻고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는 전문 아이템에 집중하는 자신의 취향을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전문적이고 자신의 세련된 감각을 효과적으로 포장하는 도구가 됐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가구업체들은 매장에서 생활용품 분야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2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생활용품 전문점 '한샘홈' 1호를 열었고, 현대리바트도 '리바트 스타일샵'을 열어 생활용품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건축장식자재기업 LG하우시스는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을 고려한 개보수 창호 시장 전략 제품과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인 간편시공 제품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매출 상승의 효과도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들의 '있어보이는' 마케팅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있어빌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PC 그램과 함께 수능시험을 끝낸 예비 대학생들의 대학생활 준비를 돕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램 꿀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생의 매력과 미모를 가꿀 수 있는 네 가지 꿀팁을 전수해 예비대학생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Lovely Talk' 콘서트를 열어 각 분야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성공한 선배들로부터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마트는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해 온라인 상점에 뺏긴 2030세대 고객층을 잡기 위해 '꿀팁'으로 무장한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각각의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미지가 중심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화보 스타일의 감각적인 이미지컷을 중심으로 한 매거진을 소개하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는 선물세트 제작과정과 활용법을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매거진을 접한 2030세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과 서비스, 기업이 제공하는 공간과 분위기를 자랑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브랜드의 홍보대사가 되도록 하는 것도 있어빌리티 마케팅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들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 캐릭터 마케팅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었고, 전국 주요 도시 백화점에 캐릭터 매장을 열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팝업스토어에 설치된 거대 캐릭터 조형물은 꼭 사진을 찍어야하는 필수코스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해주는 효과까지 얻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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