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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국가가 배상해야"… 대법원에 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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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국가가 배상해야"… 대법원에 또 반기

입력
2016.02.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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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

대법이 법리 비판적으로 원용"

광주지법 작심 비판해 파장 예상

1인당 2700만~1억원 배상 판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발령은 위법행위는 아니라서 국가에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정면 반박하는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적어도 세 번째 ‘판례 항명’인데다, 특히 이번 재판부는 ‘기존 법리를 무비판적으로 적용했다’며 대법원 판례를 작심 비판해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마은혁)는 지난 4일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제작ㆍ배포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던 당시 전북대 대학생 손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2,700만~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서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과의 관계에서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대통령 1인의 판단으로 행해진 긴급조치 발령은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정치적 책임만을 추궁하는 국회의원의 입법행위와 동일시할 수 없는데도 대법원이 국회의 입법행위에 관한 기존 법리를 무비판적으로 불완전하게 원용한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발령은 유신헌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직접 행사한 대통령의 직무집행행위이고, 이는 옛 국가배상법에서 정하는 직무행위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긴급조치가 당시 유신헌법에도 명백히 위배됨에도 굳이 발령해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배상 책임을 질 위법행위를 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긴급조치 위헌 결정에도 지난해 3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위법행위는 아니어서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데 대해 “이제 와서 위헌성을 부인하는 것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내린 긴급조치 위헌결정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긴급조치로 복역했더라도 고문이나 불법 체포 등 구체적 위법행위가 있어야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2014년 10월 대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하급심들도 대법원 판례를 거슬러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낸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김기영)는 지난해 9월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긴급조치 발령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해 처벌 받은 송모씨와 가족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2월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1부(부장 이옥형)도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긴급조치가 발령되고 집행됐으면 개별 공무원의 과실이 없더라도 국가의 불법”이라며 “그렇게 해석 안 되면 국가는 형식적 법치주의 논리 아래 중대한 위법을 저지르고도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입법부의 입법행위와 구분해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과의 관계에서 지는 불법행위 책임을 적시한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은 닫혔지만 하급심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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