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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수대창작사, 거대 동상으로 수천만 달러 외화벌이

입력
2016.02.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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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이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수도 다카르에 세운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은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들이 제작한 것이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네갈이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수도 다카르에 세운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은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들이 제작한 것이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하원이 13일 강력한 대북제재법안(HR 757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영국 공영방송 BBC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선전용 미술 수출을 재조명했다.

BBC는 16일 ‘북한의 ‘최대’ 수출품-거상(巨像)’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미술창작단인 만수대창작사의 미술품 수출을 다뤘다. BBC는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하는 동상의 저렴한 제작비와 거대한 크기가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동상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만수대창작사는 1959년 평양에 설립되어 1,000여명의 북한 내 최고 미술가들을 비롯해 4,000여 명의 직원이 있는 대규모 예술 창작사다. 북한 내 체제선전을 위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을 주로 생산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요청을 받아 작품을 주문제작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수대해외개발회사(MOP)는 1970년 설립되어 2011년 8월에는 약 160달러(약 1,950억원)의 수익을 냈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이마고 문디(세계의 이미지)’ 컬렉션을 위해 자수 세계지도를 만들었고 지난 12월에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옆에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을 건설하기도 했다.

최근 만수대해외개발회사가 손님맞이에 가장 힘을 쏟는 지역은 아프리카다.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수출품 중 대표작은 2010년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대서양 연안에 세운 약 49m 높이의‘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세네갈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압둘라예 와데 전 세네갈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청동상은 제작 당시 2,700만 달러(약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고 관리비로만 연간 1~2만 달러가 추가로 나갔다. 세네갈의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 동상이 우상숭배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나미비아ㆍ짐바브웨ㆍ앙골라ㆍ베넹ㆍ에티오피아 등이 만수대에 조형물을 주문했다.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 외곽에 있는 나미비아 초대 대통령 샘 누조마의 얼굴과 닮게 만든 11미터 높이의 무명용사 청동상도 만수대 작품이다. 아프리카 최장기 집권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92) 짐바브웨 대통령의 사후 기념물로 쓰일 동상 두 개도 완성돼 보관 중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동상은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우상숭배 등 체제 선전의 용도로 사용돼 왔기에, 만수대창작사 동상은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들이 원하는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념물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아프리카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역사가 에이드리언 티니스우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동상이지만 인물의 얼굴은 북한 사람 같다. 이런 동상들은 겉으로는 독립 국가의 자유를 표방하지만 결국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정신을 더 잘 대변할 아프리카 예술가와 조각가들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남효정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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