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의 염원인 통합체육회 출범 발기인대회가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두 체육단체의 통합을 추진해 온 통합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통합체육회 출범 발기인대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대한체육회 추천 통준위 위원 3명과 국회 추천 통준위 위원 2명이 불참한 데다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위원 한 명마저도 참석했다가 퇴장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당황한 안양옥 통준위 위원장은 남아 있는 생활체육회 추천 위원 3명, 문체부 추천 1명과만 의견을 나눈 뒤 “통합체육회의 주소지와 기본 재산 등 보고 사항만 결정했다. 대한체육회가 문제 삼는 통합체육회 정관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검토를 이른 시일 안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이 정한 통합체육회 출범 시한인 다음달 27일을 역산하면 정관 채택, 법인 신청서 기명 날인 등의 발기인 대회를 오는 29일까지 마쳐야 한다.
통합체육회 출범 취지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지만 속으론 ‘감투’싸움 측면이 강하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평가다. 쟁점은 통합체육회 주요 임원 자리에 대한체육회 인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해석이다. 실제 통합체육회 임원 자리 문제를 놓고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통합체육회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이 공동 회장을 맡기로 했다. 사무총장은 국민생활체육회 인사가 맡을 예정이고 사무차장과 선수촌장은 대한체육회 몫으로 결정 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리’를 잃은 대한체육회 고위 인사들이 창립총회 불참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또 95년 전통의 대한체육회(조선체육회 포함)와 1991년 창립된 국민생활체육회가 동등한 자격으로 통합한다는 것도 대한체육회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체육단체 통합은 2014년 11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서상기 당시 국민생활체육연합회장의 서명으로 합의가 이뤄진 뒤 문체부 주도 아래 절차가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는 IOC의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율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문체부는 수천억원의 국고를 쓰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밖에 문체부의 스포츠계 개혁 작업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체육단체 임원의 ‘중임’ 금지도 대한체육회 고위 인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문체부는 이달 내로 발기인대회와 통합체육회 법인설립 허가를 마치면 다음달 17일까지 통합체육회 설립등기 및 사무실ㆍ전산 통합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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