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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가역의 결정들,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16.02.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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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되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들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더니, 한일간 위안부 문제를 피해 당사자와는 상관없이 정부차원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균형외교’, ‘자주외교’를 주창하며 미중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하던 외교 전략이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하여 미국에 경사되면서, 동북아는 한미일 대 북중러가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남북한 교류와 평화의 상징으로 12년간 지속되었던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핵무장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정당화와 변명이 있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중요한 결정이,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여야간 논의와 사회적 의견수렴의 절차가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5년의 단임 정권이 책임지고 결정하기에는 그 영향이 너무 심대하고 불가역적이어서 다음 정권과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바뀌어도 원상회복하기 어려운데다 그러한 시도 자체가 엄청난 사회적, 국제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는 먼 일이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충분히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교과서의 집필진뿐만 아니라 집필 기준도 공개 못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역사교과서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이지만, 교육에 국가가 개입하는 역사적 퇴행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당사자가 배제된 상황에서 진행된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는 무책임의 극치이다. 정부는 이제 합의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설득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1965년 한일수교가 한일 갈등의 원인이 되어 왔듯이 이번 합의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북한을 제재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드 배치 논란은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보다 오랫동안 다져온 한중간 신뢰를 한순간에 붕괴시키고 동북아 평화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보다는 한국의 기업가들과 정부에게 더 큰 손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북한 핵 및 미사일과 개성공단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정부의 무리한 시도를 보면서 이렇게 중요한 결정이 진지한 논의 없이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이제 기업가들은 누구를 믿고 남북협력과 교류사업에 투자를 할 것인지, 남북 경제 협력의 미래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사전 논의도 없이 핵무장론을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또 부인하는 상황은 책임 있는 집권세력의 모습이 아니다.

최근 일련의 정책 결정들을 보면,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토론이 이루어지는지, 사전에 여당과의 정책 협의는 진행하는지, 야당과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는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되돌이키기 어렵고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밀실에서 신속하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재의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것이고, 미래의 정부와 세대에게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현정부가 그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책들이 아니라면, 현재와 미래의 비용과 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고려 없이 목전에 있는 선거를 바라보고 하는 결정이라면 더욱이 근시안적이고 정략적인 결정으로 비판을 받을 것이며 두고두고 국가와 국민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무책임한 정책 결정과 논의는 결국 정권의 신뢰 상실로 이어져서 레임덕을 앞당기게 할 것이다. 이것이 목전의 선거보다 선거 이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정만 하고 부담과 책임을 끝까지 감당하지 못할 정부가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이 정말로 필요한 정책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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